시사 > 전체기사

이창용 “긴축 6개월 이상 더…섣부른 경기 부양, 부동산 값만 올려”

시장선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 시작될 것” 관측

입력 : 2023-11-30 18:45/수정 : 2023-11-30 18:4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현재의 통화 긴축기조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내년 말 이후에나 한은의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다. 이 총재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역할과 관련해서도 “섣불리 부양을 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 이후 올해 마지막 회의까지 7차례 같은 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긴축기조 지속 기간에 대해 기존의 ‘상당 기간’ 대신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꿔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를 뺀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3.75%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면서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던 금통위원도 당시 입장을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 ‘긴축은 끝났다’는 신호를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와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 등과 관련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대 성장률이 낮다고 평가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진단하는 한편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리거나 중장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이나 통화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자율이 높고 가계부채 비중이 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는 재정정책 등을 통해 타깃해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조만간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한국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가 급등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치솟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지다 하반기쯤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는 내년 말에서 2025년 초가 되어야 2%대 초반에 물가가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는 내년 3분기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미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끝났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과 경기 둔화를 잇달아 언급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으며,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 내 경제가 둔화할 것이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 전망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줄곧 금리 인상을 요구해 온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서는 경제가 예상과 다르게 변화할 수 있어 다양한 모델과 시나리오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의 금리 수준이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민영 심희정 기자 my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