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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앓은 KBO 대표 클로저 “美 도전, 그 뒤로도 트윈스맨이고파”

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이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고우석(25)의 2023시즌은 험난했다. 두 번의 국제대회, 두 번의 설화(舌禍), 잔 부상과 부진이 쉴 새 없이 찾아왔다.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마무리하고 헹가래 투수가 되기 무섭게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최근 아들까지 얻은 그를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빠가 된 것 축하한다. 회복 훈련에도 못 따라갔다고.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보니 우승 후 일주일 정돈 집에 있었다. 아기는 예정보다 1주 정도 빠르게 나왔다. 갑작스레 아내 몸이 안 좋아져 응급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잘 회복 중이다. 아내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한국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신경 써줄 겨를도 없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도 했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쉬운 시즌은 한 번도 없었지만 유독 힘든 일도 많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그랬고, 시즌 중에도 그랬다. 좋은 선배들과 가족들, 친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WBC가 첫 단추였는데 어그러졌다.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리려다 사달이 났다. 2019년부터 팀이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가다 보니 시즌을 늦게 마치곤 했다.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내가 미숙했다.”

-인터뷰로 구설에 올랐다.
“가슴 아픈 얘기다. ‘오타니를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처음엔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첫 경기 호주전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같은 질문을 거듭 받고 나서 재밌게 답하려는 과정에서 문제의 대답을 했다. 그간 좋은 감독·코치님들께 야구를 배우면서 누군가를 일부러 맞히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라를 대표해 나간 대회인데 나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 같아 아직 마음에 (자책감이) 많이 남아 있다.”

-정규시즌 성적에 기복이 있었다.
“페이스가 올라가려는 시점마다 일이 있었다. 창원 NC전에선 심판의 발에 맞는 타구가 나왔다. 그 뒤로 내가 잘 막았으면 문제없는 일인데 공교롭게도 그 경기를 못 잡았다. 다시 페이스를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수원 KT전에서 3점 차를 못 지키고 패전투수가 되면서 다시 어려워졌다.”

-‘슬라이더 논란’ 당시인가.
“내 단어 선택이 잘못됐던 것 같다. 올 시즌 슬라이더의 컨택트 비율이 높아진 건 전력 분석으로도, 마운드 위에서의 느낌으로도 알고 있었다. 원래 하려던 말은 과거 좋았던 슬라이더를 되찾아 하루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였다. 결과적으로 그 직후 경기에서 안 좋았으니 욕먹을 만했다. 다만 의도와 달리 상황이 흘러가다 보니 감독님께도, 팀원들에게도 죄송했다. 논란이 되자마자 곧바로 감독님을 찾아갔다. 감사하게도 ‘네 진심을 다 안다’고 말씀해주셨다. 팀 형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더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패전 후 3차전에서 또 홈런을 맞았는데.
“‘결국 안되는 건가’ 싶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도 일단은 정신 차리고 막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던졌다. 9회초 동점이 되면 바뀌고 역전까지 하면 다시 올라가기로 돼 있었다. 오스틴이 출루하자마자 불펜으로 뛰어갔다. 왠지 (오)지환이 형이 뭔가 하나 해줄 것 같았는데 결국 3점포가 나왔다. 지환이형뿐 아니라 얼굴 보는 사람마다 다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다녔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이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5차전 등판 부담스럽진 않았나.
“6회쯤이었을 거다. 날씨가 춥다 보니 일찌감치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김)윤식이었나, 후배 한 명이 뛰어와선 ‘오늘 우승하면 다 같이 모여서 세리머니할 것’이라더라. 알겠다곤 했는데 실감이 안 났다. 한편으론 내가 나가도 되나 싶기도 했다. (박)해민이 형의 슬라이딩 캐치를 기점으로 흐름이 넘어왔다고 느꼈다. 우리가 질 때마다 상대에게 당하던 플레이를 해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살짝 소름이 돋는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 잡곤 어땠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원래는 끝나자마자 다 모여서 세리머니하기로 했는데 서로 뒤엉켜서(웃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애매해졌다. 삼진이 아니었던 게 다행이다. 선수단 전체에 포커스가 가지 않았나.”

-해외 진출 얘길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올해 연봉 계약 때부터 단장님과 교감했던 내용이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면 포스팅 신청은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기로 했다. 무조건 보내준다는 건 아니더라도. 다만 올해 성적이 안 좋았다 보니 팬분들 입장에선 갑작스러우셨을 수 있다.”

-미국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은 언제 품었는지.
“2008년~2009년 선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면서였다. 야구를 막 시작했을 시긴데 그 대단한 선수들과 싸워 이기는 모습이 멋졌다. 나도 저 구장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그때부터 가졌다. 프로에 와서도 변함없었다. 신인이었던 2017년 일이다. 집 방향이 같은 구단 직원 한 분이 날 데려다주며 꿈이 뭐냐고 물었다. 새파란 신인인데 ‘잘해서 꼭 메이저리그를 가고 싶다’고 답했다. 나도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그분이 얘길 꺼냈다. 새삼 그때부터 꿈꿨던 거구나 싶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제대회에서 처음 웃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싶었다. 결국엔 실패를 토대로 성장하려고 노력했으니까, 마냥 실패한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후배들에게도 힘이 돼 다행이었다.”

-부진한 직후 도전을 택했는데 고민은 없었나.
“프로가 돈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다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좇고 싶다. 몸값보단 국내에서 2연패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고민이 됐다.”

-그런데도 포스팅을 택한 이유는
“가장 큰 건 LG를 떠나기 싫은 마음이다. 설령 가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포스팅은 어찌 보면 본가가 있는 상태에서 가는 거잖나.”

-앞으로 목표라면.
“한 시즌을 치르며 선수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많은 성장통을 겪었다. 몸도 마음도 다쳤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으로 다 보상받았다. 이런 경험을 해프닝으로 끝내지 않고 발전할 자양분으로 삼겠다. 더 단단해지게끔 노력하겠다. 지금으로선 내년 우승, 2연패가 목표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제 마음은 항상 LG 트윈스에 있다. 우스울 수 있는 성적인데도, 또 어찌 보면 팀을 떠나겠다고 한 셈인데도 응원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 (미국에) 가서 야구를 잘하고 싶은 꿈도 꿈이지만 돌아와서도 LG 트윈스이고 싶어 포스팅 신청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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