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인마트 맞아?” 런더너들 장바구니에 신라면 가득

영국 런던의 한인 마트에서 한 손님이 농심 신라면을 품에 안고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 있다. 구정하 기자

영국 런던 중심가 소호지역, 한 마트에서 커다란 비닐봉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 연이어 나왔다. 이들의 피부색은 다양하지만 봉지에는 빨간색의 무언가가 공통적으로 비쳐보였다. 이것의 정체는 농심 신라면. 한인마트인 ‘오세요(Oseyo)’를 찾아온 영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사가는 모습이었다.

최근 평일 저녁 방문한 이 매장은 장을 보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계산대 앞에는 십여명의 고객이 줄을 서 있었는데,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30대로 보이는 여성이 많았지만 남성들도 적지않게 섞여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2월부터 근무한 A씨(25)는 “전체 손님 중 여성의 비율이 조금 높은 것 같기도 한데, 특정 연령대나 성별을 꼽을 수 없을만큼 남녀노소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런던 한인 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농심의 신라면, 짜파게티 등이 가장 잘 팔린다. 구정하 기자

인기제품이 뭐냐는 질문에 A씨는 주저없이 라면코너로 향했다. 그가 가장 먼저 가리킨 것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이어 농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도 잘 나간다고 덧붙였다. 통계상으로도 식품 시장에서 한류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라면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약 88억3090만달러인데, 그중 라면이 7억6550만달러로 8.7%를 차지한다.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비중이다.

런던의 한인마트에서 인도계 영국인 애비셱 싱(25)씨가 고추장, 된장, 보리차를 들고 쇼핑하고 있다. 구정하 기자

하지만 손님들은 라면뿐 아니라 고추장, 떡볶이 등 다양한 제품을 집어들었다. 인도계 영국인 애비셱 싱(25)씨의 손에는 대상 청정원의 고추장, 된장과 동서식품의 보리차가 들려있었다. 한국음식 마니아를 자처하는 싱씨는 “한국인 친구를 알게되면서 1년 반쯤 전부터 한국 음식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그는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기성품으로 한국 음식을 접하게 됐지만, 이제는 순두부찌개나 짜장면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가 웃으며 열어보인 가방에는 다른 마트에서 산 한국 술 세 병이 들어있었다.

영국인들이 꼽는 한국 음식의 매력은 ‘매운맛’. 스리랑카계 카비타(21)씨는 “다른 아시아 음식들과 비교해 한식에서는 매운맛, 단맛, 신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고 평했다. 특히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채소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한식은 장점이 많다. 이날 카비타씨의 장바구니에는 신라면과 함께 김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두부’가 담겼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한번씩은 한식을 해먹는데, 이주에는 김치찌개를 해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장맛’도 한식의 특징 중 하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음식에는 된장·간장·고추장 등 발효 장류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나오는 특유의 감칠맛이 다른 국가의 음식과는 차별화된 깊은 매운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마트 손님들이 고추장, 참기름 등이 진열된 한식 소스 코너를 살피고 있다. 구정하 기자

그런데 의외로 한국인 유학생 김단비(25)씨는 런던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를 별달리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10년 거주했던 김씨는 “미국엔 케이팝과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았다”며 “생각해보니 영국 친구들도 떡볶이나 비빔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미국만큼은 아니다보니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식품기업들에게 영국이 주력 국가는 아니다. 농심의 해외 매출에선 미국·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매출이 높은 6개 국가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영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75%는 중국·동남아·미주에서 발생한다. 최근까지 유럽은 ‘K-푸드 불모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식품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영국 시장을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영국에서 배달 서비스 ‘비비고 투고’를 시작하고, 한 달 간 런던의 번화가 쇼디치 지역에서 팝업 매장을 열었다. 팝업 매장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매장을 통해 미리 엿본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만두·치킨·떡볶이 등을 선보였는데, 점심에만 200~250명이 찾아 만석을 이루고, 일주일에 서너번 찾아오는 단골 고객까지 있었다고 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특히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으로 불리는 양념치킨이 인기가 많았다”며 “한국에서는 흔히 먹는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을 외국인들은 새롭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서 식품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 빠른 속도로 유럽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글·사진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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