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완전대박 한국 최고 아파트” 126채 비밀매매 사기…주범은 누구?

강남 아파트를 4억~8억원 분양한다고 속인 뒤 웃돈 받아
실제 아파트 임차해서 입주시키기도

왼쪽부터 유명 사기꾼 서준혁씨, 부동산 중개업자 임모씨. 카카오톡 프로필 캡처. 픽사베이.

서울 강남 아파트를 4억~8억원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기 피의자 서준혁(43)은 등기가 깨끗한 단기임대 아파트를 빌려 실제 피해자를 입주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교하게 연출된 사기에 넘어간 피해자만 97명인데, 이들은 싼 가격에 혹해 서씨 등에게 많게는 5억원의 웃돈을 현금 등으로 건네기도 했다. 공범으로 의심받는 부동산중개업자는 본인 가족 명의 매매계약서를 보여주며 홍보했지만, 실제로 서씨에게 매수 대금 등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서씨 공소장에 따르면 서씨는 범행 초기인 지난 2021년 8월 피해자 김모(59)씨를 자택에 불러 “LH 특별공급 공공임대주택이 있는데 투자유치 자문위원인 내 추천서가 있으면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계약금을 지급하고 입주해 관리비만 내면서 5년을 거주하면 매매대금 절반 가격으로 주택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매매계약서에도 ‘매매대금을 완납하고 실거주 기간이 5년 지나면 소유권을 이전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자리에는 경찰이 공범으로 의심하는 건설시행업자 최모씨도 있었다.

서씨 등이 피해자와 계약한 매매계약서 중 하나를 보면 서울 삼성동에 있는 113㎡ 면적의 아파트를 7억2500만원에 거래했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가 30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보다 싼 가격이다. 매매계약서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명의 직인도 찍혀 있었다. 피해자 A씨는 공범으로 의심받는 부동산중개업자 임모씨를 통해 아파트 대금 7억2500만원에다 계약 수수료 명목으로 웃돈 2억5000만원을 주고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건설시행업자 최씨를 통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런 매매계약서가 126개나 있었다.

계약 사기 수법은 치밀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나치게 싼 매물을 의심하는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 물건 중 신청자 자격요건 미달로 공실이 된 물건’이라고 속였다. 공개적으로 팔면 제값을 주고 산 이들의 공분을 살 수 있어 몰래 팔아야 한다며 비밀 유지도 강요했다.



LH 사칭 허위 매매계약서 원본. 독자 제공

임씨는 주로 자신의 부동산 사무소에서 피해자들에게 허위 매매계약을 유도했다. 임씨 본인 가족 매매계약서를 들고 와 “자신도 했다”며 피해자에게 계약을 권했다. 피해자 중에는 부동산 관련 시행사 등에서 근무한 이도 있었다.

매매계약서엔 동·호수도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씨 등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피해자들은 계약 후 서씨로부터 “규정문제로 당장 입주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지만, 곧바로 인근 다른 아파트로 입주가 진행돼 의심을 거뒀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서씨 등이 임대관리업체로부터 단기 임차받은 곳으로 드러났다. 월세 미납 등으로 업체가 찾아와 퇴거 명령을 내리는 등의 소동이 벌어지고 나서야 피해자들은 사기를 인지했다. A씨도 “입주한 아파트 등기부 등본을 떼보니 재건축조합원 소유의 깨끗한 집이어서 더 믿었다”고 했다.

서씨가 계약했던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서씨가 찾아와 7채를 빌렸다. LH 임원들이 쓸 집이라고만 들었다”며 “지난 3월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아 강제 퇴거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씨 범행으로 불법 수익을 본 중개업자 임씨와 시행업자 최씨에 대해 보완 수사 중이다. 경찰 등은 이들이 오랜 업계 경력을 이용해 서씨와 함께 ‘판’을 짠 것으로 의심한다. 서씨는 지난 2016년부터 게이오대 출신 정신과 의사, 유엔 이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문관 등을 사칭해 수차례 주요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탄 바 있다.
부동산중개업자 임모씨와 피해자의 대화내용. 독자 제공

중개업자 임씨는 피해자들에게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이날 국민일보 통화에서 “내가 한심한 일을 당했다. 남에게 피해 한번 안 주고 올바르게 살았던 이미지가 망가졌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실제 서씨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지난해 1월과 5월 임씨의 부인과 아들 명의로 된 매매계약서 4개가 적혀있다. 하지만 자금 흐름을 적어놓은 범죄일람표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임씨가 서씨에게 돈을 건넨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기를 위해 매매계약서만 작성하고 실제 돈은 주고받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서씨가 범죄수익을 제일 적게 가져가고 임씨와 최씨가 많은 돈을 차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용현 김재환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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