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속편… ‘마블’ 품질 떨어뜨렸다” 디즈니의 고백

인터뷰 중인 밥 아이거 CEO. CNBC 유튜브 영상

월트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디즈니가 마블이 제작한 영화의 질을 떨어뜨렸다. 너무 많은 속편을 냈다”고 인정했다. 마블은 최근 몇 년간 흥행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이달 개봉한 ‘더 마블스’에서 최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자 아이거 CEO가 진단에 나섰다.

그는 29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의 연례 딜북 정상회의 인터뷰에 참석해 잇따른 흥행 실패의 원인을 “너무 많은 속편”이라고 분석했다. 아이거 CEO는 “속편을 만들려면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원작만큼 이야기가 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속편을 만들기 위해선 상업적인 것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이유도 있어야 했는데 우린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이야기로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 속편만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의 우선순위를 마블의 품질 회복으로 꼽았다. 마블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마블 히어로물은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토르 시리즈 중 가장 반응이 나빴던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부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023)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 '더 마블스'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제공

지난 10일(현지시간) 개봉한 ’더 마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역사상 가장 낮은 박스오피스 오프닝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미 내수 매출이 4700만 달러(약 607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미국 연예 매체들은 개봉 첫 주 매출을 7500~8000만달러(약 968억6000만~1033억 2000만원)로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훨씬 못 미쳤다.

아이거 CEO는 ”마블 스튜디오는 한때 10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로 유명했는데 최근 몇 차례의 흥행 실패를 겪었다”며 “마블 스튜디오의 창조적 엔진을 다시 작동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이거 CEO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품질 저하가 팬데믹 때 본격화됐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도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그는 “이제 관객들은 영화들이 비교적 빨리 스트리밍 플랫폼에 나올 것이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과거보다 좋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이끈 아이거 CEO는 2020년 2월 후임 밥 체이펙에게 CEO 자리를 넘기고 한 차례 퇴임한 바 있다. 하지만 체이펙이 실적 부진으로 조기 경질되면서 지난해 11월 디즈니 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복귀 당시에는 2024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건이었으나, 지난 7월 이사회 의결로 계약 기간이 2년 더 연장됐다.

'토르: 러브 앤 선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제공

디즈니는 2009년 마블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마블 시리즈는 ‘아이언맨’(2008)이 시작된 이후 지난 13년간 30편이 개봉하며 극장 매출로만 278억 달러(약 37조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마블 시리즈가 10년간 펼쳐온 스토리의 정점인 ‘엔드게임’은 한때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27억8900만 달러(약 3조 2784억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마블 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팬덤을 양산했다. 하지만 최신작 ‘더 마블스’(11월 8일)는 개봉 3주가 지난 29일까지도 68만6001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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