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42년 만 무완봉·맥 끊긴 200이닝…‘이닝 이터’의 종언

프로야구 KT 위즈 투수 고영표가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 5회초 수비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날 선발투수의 주된 임무는 타순을 두 바퀴 도는 동안 게임을 망쳐 놓지 않는 것이다. 기준선은 날로 낮아진다.”

미국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는 지난 5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실린 글에서 현대 빅리그 선발 투수들의 퍼포먼스를 ‘최악’ 두 글자로 정의했다. 소화하는 이닝 수는 크게 줄었고 평균자책점은 올라갔으며 경기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2023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에릭 페디는 20승(6패)을 거두는 동안 180⅓이닝을 소화했다. 200이닝을 넘긴 투수는 3시즌 연속으로 1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순위표 상단은 모두 용병들의 몫이었다. 올 시즌 소화 이닝 상위 10명의 투수 중 7명이 외국인이었다. 국내 투수론 고영표가 174⅔이닝을 책임진 게 최다였다.

토종 200이닝 투수의 명맥은 2016시즌 양현종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20여 년 전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2년까지 21시즌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200이닝 투수가 등장했다. 1983년과 1984년, 1986년엔 한 해 6명의 투수가 200이닝을 돌파했다.

선발 한 명이 경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일도 급감했다. 올 시즌 기록상 완투는 5차례뿐이었다. 이 중 3번은 강우 콜드에 따른 것이었고, 1번은 8이닝짜리 완투였다. 결과적으로 9이닝을 꽉 채운 완투는 지난 7월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이비드 뷰캐넌이 기록한 것 1번뿐이었다. 완봉은 아예 한 차례도 안 나왔다. 42년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탄탄한 선발 야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순 없다. 올 시즌 꼴찌에서 2위까지 도약한 KT 위즈의 최대 강점은 꾸준한 퀄리티스타트를 펼쳐줄 수 있는 선발진이었다.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올 시즌 상위 9명이 모두 선발투수였다. 세이브왕 서진용은 10위에 턱걸이했다.

‘돈이 되는’ 보직도 아직까진 선발이다. 2023시즌 기준으로 KBO 리그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투수 10명 중 전업 불펜 자원이라고 볼 만한 투수는 오승환 정우람 원종현 셋 뿐이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