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작전주에 ‘콱’ 물린 개미… 해외주식 리딩방은 ‘감독 사각지대’

핀플루언서 사칭 단체 채팅방. 자료 독자제공.

개인 투자자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명 핀플루언서(금융 분야 인플루언서)가 운영한다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를 받았다. 이미 120여명이 들어와 있었다. 채팅방 운영진은 자신을 교수 등으로 소개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된 특정 종목을 매수하고 매매 내역이 담긴 화면을 찍어 인증하도록 했다. 실제로 주가는 그들의 말처럼 치솟았다. 하지만 어느 날 예고 없이 주가는 폭락했고 단체 채팅방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유명 핀플루언서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진을 도용해 사칭한 것이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핀플루언서를 사칭한 이들이 홍콩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뒤 폭락시키는 불공정거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추천한 홍콩주식은 지신(ZHIXIN)그룹과 굉기(WAN KEI)그룹 등이다. 유망한 것처럼 추천해 매수를 유도한 뒤 주가가 오르면 미리 사뒀던 주식을 팔아 치우는 수법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해당 종목을 매수할 예정이라는 등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채팅방에 있었던 한 투자자는 “개미의 힘을 합쳐 세력을 이기자는 얘기를 하며 사람들을 더 끌어 모으게 한다”며 “초반에 수익을 얻으면서 이들의 말에 속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신그룹 연초 이후 주가 추이. 자료 구글파이낸스. 단위 홍콩달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행렬은 실제 통계에서 확인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홍콩 종목은 지신그룹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9157만달러(약 1181억원)를 매수하고 3897만달러(약 502억원)를 매도해 총 5259만달러(약 678억원) 순매수했다. 중국 유통공룡 알리바바(약 181억원)나 최대 검색엔진 플랫폼 바이두(약 104억원) 보다도 많다. 이들이 추천한 굉기그룹 역시 997만달러(약 129억원) 순매수하며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신그룹과 굉기그룹은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단 한번도 다루지 않은 종목인데다, 국내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 29일 기준 지신그룹의 시가총액은 1900억원, 굉기그룹은 21억원 수준이어서 작은 돈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들 종목은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가 2~3일 안에 모두 폭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신그룹의 경우 6월 26일 장중 주당 10.2홍콩달러 까지 올랐지만 7월과 8월, 11월 세차례 크게 하락하며 이날 기준 1.53홍콩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핀플루언서 사칭 단체 채팅방. 자료 독자제공.

문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이들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 세력들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으로 사기를 저질러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고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 사각지대인 셈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