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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게임 속 ‘혐오’… 젠더 갈등에 불똥 튄 게임사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서 ‘남성 혐오’ 제스처 등장
외주 업체가 영상 제작… 10개 게임서 의심 정황 포착
“강력 대응 필요” 업계 지적도

게티 이미지.

한 애니메이션 외주 업체가 만든 게임 영상 곳곳에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손가락’이 발견됐다. 게임사는 논란이 제기된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진상 조사를 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했으나 사건에 불만을 품은 일부 단체가 집단 항의에 나서면서 젠더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발단은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에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로 알려진 ‘메갈리아’에서 쓰이는 ‘남성 혐오 손 모양’이 등장하면서다. 엄지와 검지를 짧게 오므린 해당 손 모양은 남성의 신체 일부를 비하하는 의미로 일부 커뮤니티에서 사용돼왔다.

해당 영상의 삽화를 맡은 애니메이터가 1년 전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이력이 발견되면서 제작자가 고의로 남성 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의혹은 삽시간에 퍼졌다.

논란이 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속 장면. 유튜브 캡처

논란이 가중되자 넥슨은 해당 영상을 곧바로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넥슨은 “해당 홍보물이 더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당 업체가 담당한 다른 게임 속에도 손가락 모양이 발견돼 게임사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 논란이 제기된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등 총 10개로 모두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강경 대응을 검토 중이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손가락 모양은) 동작과 동작 사이에서 이어지는 내용에 들어간 것뿐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며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 모든 작업에 참여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이들은 2차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현재는 삭제 상태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게임사의 강경 조치에 “여성 혐오 몰이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게임 문화 속 ‘페미니스트 마녀사냥’ ‘여성 혐오’ 등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회 참가자들을 흉기로 위협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게임 내 논란이 심각한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해당 글에 대해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넥슨 '클로저스'. 넥슨 제공

게임 산업계 남녀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딕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던 ‘클로저스’에서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 넥슨은 당시 클로저스에 참여한 한 여성 성우가 소셜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성우로 교체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의 ‘소울워커’, 라인 게임즈와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 XD글로벌의 ‘소녀전선’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작사 사과, 일러스트레이터 교체 등이 단행되기도 했다.

같은 해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퍼블리싱한 ‘이터널 클래시’에서도 게임 내에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의 과시적 표현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발견됐다. 당시 이터널 클래시는 챕터 4-19를 ‘반란 진압’, 챕터 5-18을 ‘폭동’으로 이름 지어 논란이 됐다. 4·19혁명을 반란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인디 게임사 ‘프로젝트 문’의 ‘림버스 컴퍼니’에서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이용자들이 일러스트레이터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게이머들은 림버스 컴퍼니 제작에 참여한 여성 원화가 A씨의 과거 누리소통망에 페미니즘 관련 집회인 ‘혜화역 시위’나 한국 남성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이력이 있다면서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극단적 사상을 주입하고 혐오하는 것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혐오 사상을 가진 관계자는 해당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킬 시, 스스로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게이머가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이러한 극단적 사상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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