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로마 표심, 부산 온다면?”… 엑스포 투표 ‘경우의 수’

한국시간 29일 0시30분 전후 발표 예상
1차 투표서 리야드 3분의 2 득표 저지
2차 투표서 로마 표심 확보 여부 관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27일 부산역광장에서 시민들이 태극기와 팻말을 들고 유치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가하는 182개 회원국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된다. 후보지는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다. ‘부산과 리야드의 2파전’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지는 개최지로 확정된다. 182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한다는 가정에서 투표의 당락을 결정할 ‘매직 넘버’는 122표다. 다만 투표에 실제로 참여할 국가는 179~180개국으로 전망된다. 분담금을 내지 못해 투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회원국도 있기 때문이다.

후보지 중 어느 곳도 3분의 2 득표율에 실패하면 최하위 주자를 뺀 상위 2개국으로 압축돼 2차 투표에 들어간다. 2차 투표는 부산과 리야드의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있다. 투표는 전자기기로 진행되는 만큼 과정만 순조롭다면 이르면 한국시간으로 29일 0시30분(현지시간 28일 오후 4시30분) 전후에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외신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로 지목된 후보지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일 “사우디가 2030년 엑스포 유치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연달아 유치하며 국제행사 개최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전에만 78억 달러(약 10조15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런 행보를 놓고 서방 세계 언론·여론을 중심으로 ‘군주국의 평판 세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7일 “빈 살만 왕세자의 엑스포 개최 도전은 왕국의 대외 평판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에 대한 서방 세계의 비판도 적지 않다. 2030 엑스포 후보지 중 하나인 로마의 로베르토 괄티에리 시장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국제행사가 모두 화석연료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지역에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 영빈관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왼쪽) 왕세자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 부산시, 국내 재계 인사들이 BIE 총회에서 2차 투표로 넘어가기만 하면 부산에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차 투표에서 로마를 지지했던 서방 세계의 회원국이 2차 투표에서 사우디를 거부하면 부산의 역전승이 가능하다는 ‘경우의 수’가 우리 정‧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엑스포 유치전에 협력하는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BIE 회원국이 120개국 이상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단 2차 투표로 넘어가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2차 투표에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득표율 저지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BIE 총회의 엑스포 개최국 투표는 무기명인 만큼 특정 회원국을 뚜렷하게 지목해 ‘경우의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아랍권, 아프리카, 카리브해 회원국 대부분은 리야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를 선택할 서방 세계 회원국의 표심이 2차 투표에서 얼마나 부산 쪽으로 옮겨갈지가 관건이다.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은 엑스포 유치 전략에 대해 “우리를 지지한 나라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1번, 사우디를 지지한 쪽에서 흔들리는 나라를 우리에게 가져오겠다는 것이 2번”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출국하는 과정에서도 (부산을 지지했던) 한 나라가 흔들렸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확실히 우리 쪽이라고 들었지만, 사우디가 그 정보를 입수하고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경쟁국들보다 엑스포 유치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민관이 흘린 땀은 어느 나라보다 진했다고 생각한다”며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