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펜트하우스 더 넓게” 아파트 리모델링 기술 경쟁

입력 : 2023-11-07 05:37/수정 : 2023-11-07 05:37
포스코이앤씨의 리모델링 전용 수직증축 구조시스템을 적용해 지은 펜트하우스 내부 이미지. 포스코이앤씨 제공

더딘 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활발해진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신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는 오래된 아파트를 더 넓고 높게 고쳐 지으면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신축과는 또 다른 기술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리모델링 전용 수직증축 구조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을 마쳤다. 기존 아파트 옥상에 합성보와 테두리보를 결합한 전이층(상하부를 연결하면서 하중을 분산시켜주는 층)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빗살처럼 내부를 가로지르는 합성보는 포스코 특수강건재를 쓴다. 이렇게 하면 위층 무게가 분산돼 그 위로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다양한 평면을 짤 수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방식 중 하나인 수직증축은 낡은 건물을 뜯어고치면서 위로 층을 더 얹어 세대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세대수가 늘면 일반분양 물량도 많아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아진다. 세대별 면적만 넓히는 수평증축에 비해 선호도가 높지만 ‘안전성 심의’라는 높은 문턱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땅속에 말뚝(파일)을 박아 그 힘으로 지지하는 건물은 층수를 더 올리면 새롭게 늘어난 무게를 제대로 버티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좀처럼 수직증축 허가가 나지 않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1차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파일 기초로 세운 아파트 중 국내 최초로 지난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았다. 지하 1층~지상 15층 12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8층 138가구로 거듭날 예정이다.


기존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간격이 좁은 아래층 내력벽을 그대로 위로 연장해 올리다 보니 새로운 평면을 구성하기도 어려웠다.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실내 공간을 나누는 벽체(내력벽) 위에 슬래브(위층 바닥이자 아래층 천장)를 얹으며 짓는 벽식 구조다. 리모델링은 기존 뼈대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새롭게 뽑을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신기술을 적용하면 대지가 협소해 수평·별동 증축이 제한적이었던 경우에도 일반분양 등 추가 세대수 확보가 가능해진다”며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도 개선돼 사업성 증진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LG전자와 리모델링 맞춤형 가전제품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리모델링에 최적화한 천장형 에어컨 설계 개발을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 맞춤형 가전은 배관 등 천장에 매립되는 설비가 공간을 되도록 적게 잡아먹도록 고안된다. 리모델링 사업의 관건 중 하나가 높은 실내 층고를 확보하는 일인데 그러려면 천장 속 깊이(두께)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그렇다고 시스템에어컨과 각종 배관을 무리하게 욱여넣으면 공사 과정이나 시공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들이 3D 스캐너를 활용해 기존 아파트 모델링 데이터를 확인하는 모습. 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은 올해 초 시공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리모델링 특화 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그중 하나인 ‘3D 스캔 역설계’는 3D 스캐너와 BIM(빌딩 정보 모델링) 기술로 기존 구조물과 지반 형상을 실제에 가깝게 구현한 뒤 리모델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건물 벽체와 기둥 등 구조 부재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파악해 리모델링 설계와 시공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낡거나 파손된 부재의 손상 정도를 확인해 보수·보강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스마트 계측 기술도 개발 중이다. 리모델링 공사 중 주요 구조물에 발생하는 하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위험 상황 발생 시 관리자에게 경보를 전달한다. 기존 말뚝과 리모델링을 위해 추가로 박은 말뚝에 발생하는 하중을 측정하고 단계별 데이터 분석으로 구조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기술인 충격하중 분석 시스템은 공사 중 잔해물 낙하 등 구조물에 가해지는 충격하중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안전성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구조물 손상을 피할 수 있는 철거·해체 공정과 임시 구조물 보강 방안까지 제안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특화기술 개발을 위해 이촌 현대’ 리모델링 사업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기술의 특허 출원을 계획 중”이라며 “리모델링 사업의 설계부터 공사, 유지관리까지 단계별 기술 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자회사 '하임랩'의 리모델링 서비스로 구현한 욕실 이미지. GS건설 제공

단지 단위 리모델링 사업과 별개로 개인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자기 집을 신축 아파트처럼 고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도 등장했다. GS건설 자회사 ‘하임랩(HEIMLAB)’은 고객이 원하는 자재와 시공 옵션을 직접 선택하고 예상 견적을 뽑아볼 수 있는 기능 특화 인테리어 서비스(하임랩 리모델링)를 지난 6월 출시했다. 욕실 리모델링 시공 상품을 먼저 선보였고 향후 리모델링 서비스 적용 범위를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해 설립된 하임랩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거 진단 서비스와 주택 기능 및 주거환경 향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16가지 진단 장비로 구축 아파트의 기능과 환경을 점검하는 ‘하임랩 체크’, 이 진단을 토대로 주택 기능을 개선하는 시공 서비스 ‘하임랩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하임랩 관계자는 “기능이 갖춰진 공간에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담아 스트레스가 최소화된, 가장 건강한 공간을 제안하겠다”며 “고객 맞춤 토탈 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