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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대수술’…수능 과목 24개로 축소, 내신 5등급제 전환

현 중2 대상 2028 대입 개편안
서울 주요대학 ‘정시 40%룰’ 유지
논·서술형 수능 문항 도입은 무산
국가교육위 등 의견수렴 뒤 연내 확정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 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하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 제도가 ‘대수술’ 된다. 수능 과목을 현행 44개에서 24개로 대폭 줄이고, 고교 내신은 1~3학년 모두 5등급 상대평가 체제로 전환한다. 국어·수학은 선택과목을 없애 문·이과 계열이 같은 시험을 치르도록 단순화하고, 탐구는 주로 1학년 때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한정해 치르기로 했다.

교육부는 10일 이런 내용의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에 연동되는 대입 개편안을 준비해왔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고교생이 되는 현재 중2부터 적용하는 제도다. 이번 대입 개편안은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된다.

수능 과목 44개 → 24개
가장 큰 변화는 수능 과목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아래 표 참조).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국어는 공통과목으로 독서와 문학을 치르고,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를 선택해 치르는 ‘공통+선택과목’ 방식이었다. 새 대입안은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등 3개로 줄여 단일 시험 체제가 된다.

수학은 공통과목으로 수학Ⅰ, 수학Ⅱ을 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개 과목 중에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3개 과목으로 줄어든다. 문·이과 계열이 함께 본다.

현행 이과 계열 수험생이 치렀던 미적분Ⅱ와 기하는 수능 과목에서 제외했다. 다만 ‘심화수학’이란 과목으로 제2외국어/한문(9개 선택과목)의 선택과목으로 남겨놓는 방안을 검토한다. 학습 부담을 우려해 절대평가로 한다. 미적분Ⅱ와 기하를 빼면 수학·과학계, 대학 이공계에서 학생의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면서도 절대평가를 통해 학습 부담을 완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심화수학을 수학 과목으로 남길지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 영어는 지금처럼 영어Ⅰ, 영어Ⅱ 과목을 공통으로 치르며 9등급으로 절대평가한다.

탐구 영역에선 근본적인 변화가 시도된다. 현재 사회탐구는 9과목, 과학탐구는 8과목을 치르고 있다. 17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한다. 문과생은 사회탐구 중 2개, 이과생은 과학탐구 중 2개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새 수능은 사회탐구의 경우 통합사회1과 통합사회2로, 과학탐구의 경우 통합과학1과 통합과학2로 간소화된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을 지향하는 현행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과목으로 주로 1학년 때 공부하며 수능 과목에선 제외했었다. 통합과학을 예로 들면 환경이란 테마를 공부하면서 물리·화학·생물 지구과학 내용을 융합해 배우는 과목이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문·이과 계열 모두 치르도록 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문과생도 통합과학을, 이과생도 통합사회를 공부하게 된다. 직업탐구도 현재 공통과목(성공적인 직업생활)과 선택과목 5개 체제에서 공통과목 한 과목만 치르도록 했다.

다만 수시와 정시 비율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으로 신입생 40%를 뽑아야 한다. 다른 대학들은 30% 이상이다. 또 교육계에서 도입 논의가 활발했던 논·서술형 문항 도입도 무산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진정한 의미의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어떻게 수능 점수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겠지만 문과 계열도 의대 진학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 9등급 → 5등급 단순화
고교 내신은 현재 9개 등급으로 산출되던 등급이 5개 등급으로 줄어든다. 등급이 줄어드는 대신 모든 학년에서 상대평가(석차등급)가 적용된다. 당초 정부는 고1 때 배우는 공통과목의 경우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의 경우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춰 절대평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방안인데 윤석열정부에서도 수용했었다.

하지만 고1 내신 성적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우려가 컸다. ‘고1 내신 성적이 저조하면 자퇴 후 수능 준비 인원 급증’ ‘고1 내신 성적을 위한 선행학습 수요 폭증’ ‘내신 부풀리기로 2~3학년 성적은 대학이 반영 않을 것’ 등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정부도 고교 교육이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내신 절대평가 방침을 포기하는 대신 경쟁 완화를 위해 5등급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절충안’을 택했다는 평가다.

5등급으로 전환했을 때 1등급은 상위 10%, 2등급 24%(누적 34%), 3등급 32%(누적 66%), 4등급 24%(누적 90%), 5등급 10%로 구분된다. 현행 9등급 방식에선 1등급이 상위 4%, 2등급 7%(누적 11%), 3등급 12%(누적23%), 4등급 17%(누적 40%) 등이다. 즉, 5등급 전환 시 1등급 인원이 2.5배 증가하고, 현재 3~4등급이 2등급으로 들어오는 변화다. 요약하면 기존 방안에서 고1로 집중됐던 내신 변별력을 모든 학년으로 분산하되 5등급으로 전환해 경쟁 압력을 낮췄다는 평가다.

고교 내신 평가는 논·서술형이 권장된다. 지식 암기 위주의 5지선다형 평가는 최대한 지양하고,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측정할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만으로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한다. 중간·기말고사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춰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논·서술형 평가가 확대·안착할 수 있도록 교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고1 내신 전쟁’과 과잉 선행 사교육을 유발하는 9등급제 대신 5등급제로 전환해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협력 학습을 유도할 것”이라며 “9등급 상대평가는 한국이 전세계 유일하다. 주요 선진국에선 5등급 체제가 일반적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 변화와 학교와 과목 유불리 해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카르텔’ 겨냥 암행어사팀 가동
수능 출제 단계부터 사교육 개입 요인을 단하는 장치가 마련된다. 수능 출제에 참여한 현직 고교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와 유착된 정황이 다수 드러나면서 수능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일타 강사’나 사교육업체와 문항 거래를 하는 ‘사교육 영리행위 교사’는 수능 관리규정을 만들어 출제진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키로 했다. 위원 선정 단계에서는 사교육에서 영리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 인력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해 학연 등이 개입할 가능성을 줄인다. 또 사교육 영리행위 여부에 대한 허위 신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과세정보를 확인하기로 했다. 법률을 개정해 교육 당국이 국세청으로부터 수능과 공식 모의평가 출제진의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능 출제에 참여한 뒤 5년 동안은 수능과 공식 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현재 출제 참여 경력만 노출하지 말도록 하던 것에서 사교육으로 영리행위하는 행위 자체를 차단한다. 교육부에는 사교육 카르텔을 포함해 부정 입시를 모니터링하고 적발하는 전담 조직이 운영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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