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의 별장에 100명 이상이 일시적으로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강가로 둘러싸인 별장에서 육지로 연결되는 도로가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로 막히면서 건물에 갇힌 것이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영국 남서부 데번에 있는 크리스티의 별장 그린웨이 하우스를 관리하는 재단 ‘내셔널 트러스트’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이 별장으로 연결된 유일한 도로에 큰 나무가 쓰러져 방문객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그린웨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웨이 하우스는 크리스티가 생전 소설을 완성하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별장이다. 특히 그의 소설 ‘죽은 자의 어리석음’에서 범행 현장을 묘사하는 데 영감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별장에는 관광객 10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사건 기사를 공유하며 “99, 98, 97, 96, 94, 9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카운트다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와 별장의 하인 부부를 포함한 총 10명이 폭풍우로 인해 아무도 섬을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명씩 차례차례 살해당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밀실 속에서 살인 사건이 진행되며 그중에 범인이 있다는 설정은 훗날 여러 영화 등 작품에서 오마주됐다.
이번 사건도 폭풍우로 인해 관광객들이 고립되고, 그 장소가 그 스토리를 만들어 낸 크리스티의 별장이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실 사건의 결말은 소설과는 매우 달랐다. 당시 고립된 관광객에 따르면 일행은 나무 제거 작업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티룸에서 차를 마시거나 잔디밭에서 크로켓을 치며 오히려 더욱 별장의 정취를 즐겼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구조대가 길을 열어주면서 고립된 날인 14일 저녁 별장을 떠날 수 있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그린웨이 하우스가 이번 폭풍 피해로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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