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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키신저 “크림반도는 러에 내주라” 종전안 제시

100세를 맞이한 미국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전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 질서에 대해 주요국들이 방향성을 잃고 분열하고 있어 ‘무질서하다’도 평가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00세 생일(5월 27일)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주요국이 기본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있으며, 내부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대부분이 “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변화하거나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으로 분열된 세계”라고 부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69~77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하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을 지내며 냉전 시대 미국 외교를 주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對中) 정책에 대해 “중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고, 중국의 지배 욕구를 막을 것으로 여겨지는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막으려면 중국에 대해 부주의한 적대적 태도를 자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뤄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화는 두 정상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능력을 갖고 있고, 그들의 군사적 갈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데 동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제대로 해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그들을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동맹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았다는 점에서 승리한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겠다는 제안은 중대한 실수였고, 그것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조건으로 크림반도를 제외한 모든 영토가 우크라이나에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역사상 우크라이나가 아니었던 세바스토폴(크림반도 최대 도시)을 잃는다는 것은 국가의 결속력이 위험에 처할 정도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의 아들이자 TV프로그램 제작사 대표인 데이비드 키신저는 같은 날 WP 기고문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장수 비결로 “꺼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세상과 역동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들었다. 키신저 대표는 “아버지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로 희화화됐지만 결코 냉정하지 않다”며 “그는 애국심, 충성심, 초당주의와 같은 개념들을 깊이 믿는다”고 설명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부임 사흘 만인 26일 코네티컷주 켄트를 찾아 키신저 전 장관에게 중국 정부 차원의 100세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셰 대사는 키신저 전 장관과 미중관계와 양국이 공동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주미 중국대사관이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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