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짓는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반도체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00억엔(약 2971억원)을 투자해 요코하마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일본 니케이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닛케이는 “한-일 반도체 산업 협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매우 상징적인 계획”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시설은 삼성전자의 기존 연구개발(R&D) 연구소가 있는 요코하마에 건설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 내 산재한 R&D 조직을 묶어 ‘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재팬(DSRJ)’을 올해 3월 출범한 바 있다. 이번 시설 투자는 삼성전자의 일본 내 R&D 강화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설에서는 반도체 R&D에 필요한 시제품 생산 라인을 만든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이곳에는 수백명의 인력이 고용될 예정이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일본 정부로부터 총 100억엑 이상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삼성전자는 개발시설 건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부장에 강점이 있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특히 반도체 초미세공정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후공정(패키징)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패키징 공정을 고도화하려면 소부장 업체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D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웨이퍼를 여러 층으로 쌓으려면 웨이퍼 소재 업체 협력이 필수적이다. 닛케이는 “삼성전자는 생산 공정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 소부장 업체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때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생산 기반 재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TSM는 대만에 반도체 생산 거점 다변화 조치로 2021년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TSMC는 도쿄 북동쪽 스쿠바에 연구 개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4월 착공해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에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보조금 지급이다. TSMC, 마이크론 등은 일본의 주요 외국인 투자자이며,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를 계기로 다 많은 한국-일본 기업이 반도체 분야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부장 기업 간의 공조를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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