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향후 4년 동안 25억 달러(약 3조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넷플릭스가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 쌓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이동통신 업계와 갈등을 빚는 등 한국 시장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깨기 위한 행보라는 게 OTT 업계 시각이다.
넷플릭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윤 대통령을 만나 투자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에도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이후 단 한 차례도 한국 콘텐츠를 향한 투자를 멈춘 바 없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약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번 넷플릭스의 추가 투자 발표는 한국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 한국의 창작 생태계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만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는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의 창작을 도울 것이다. 이 금액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라며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오징어게임이나 더 글로리, 피지컬100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파트너십을 지속함으로써 한국의 창작사업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한국의 이야기들이 전 세계적으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계속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런 행보를 ‘한국 달래기’라고 분석한다. 이동통신 업계와의 망 사용료 분쟁, 계정 공유 도입 진통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분위기다. 구독자 수도 정체기에 접어들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 우호적 관계를 내세우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은 한·미 동맹과 같은 의미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는다. 윤 대통령은 “서랜도스 대표가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기업의 관계가 마치 한·미 동맹과 같다고 말했는데 100% 공감한다. 한·미 동맹은 자유를 수호하는 가치동맹인데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치켜세우면 한국 이용자들도 넷플릭스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진행 중인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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