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때부터 희귀 근육질환인 근이양증을 앓아온 20대 청년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먼 길을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곽문섭(27)씨가 영남대병원에서 폐장과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0일 집에 있던 곽씨는 갑자기 심정지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 회의를 거쳐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4명의 중증 환자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가족들은 곽씨가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는데, 자신의 일부가 누군가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왔었다며 기증을 결정한 취지를 설명했다.
곽씨는 근이양증으로 초등 2학년부터 걷기가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어 20년 넘도록 가족의 헌신적 사랑으로 자라왔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근이양증은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돼 심근(심장 근육)을 포함한 신체 근육이 점차 약해지며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다.
하지만 곽씨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 근력만이 남아있던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응원과 정성으로 경북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한 뒤 직장을 다녔고, 글쓰기와 홍보포스터를 만드는 재능 기부도 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평소 “긍정적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며 늘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어머니 서경숙씨는 “문섭아. 늘 양보하고 기다리라며 몸이 불편한 너를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 봐 엄마 코만 살피던 울 아들. 너는 엄마를 위해서 태어나준 것 같아.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내 아들아. 하늘 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 엄마는 문섭이가 따뜻하고 이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게”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KODA 손가인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슬프거나 힘들어하기보다는 그 역경이 있기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기증자와 유가족분들의 훌륭한 생각에 큰 감동받았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해주신 생명 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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