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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자녀에 몹쓸짓…日기독학교가 뒤늦게 피해자에 사과한 방식

학대 사실 밝힌 학생에 “거짓말했다”며 비누로 입 세척
학교 측 “세대가 바뀌었어도 책임져 마땅해”…진심 어린 사과

입력 : 2023-03-16 15:04/수정 : 2023-03-16 15:36
CAJ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한 기독교 기숙학교가 과거 선교사 자녀 수십 명을 끔찍하게 학대한 것을 뒤늦게 인정하고 엎드려 절하는 방식으로 사과했다.

일본 도쿄의 ‘일본기독교아카데미(CAJ)’는 선교사 자녀 학대와 관련한 최종 조사를 마친 무렵인 지난 11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CAJ 생존자 모임’을 개최했다고 미국 기독매체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가 최근 보도했다.

가해 측인 CAJ·선교 단체 대표, 피해 측인 졸업생 생존자와 친인척 모두가 참석한 행사로 이들은 ‘회복 세션’을 통해 피해자 증언을 공유하고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학교와 선교 단체 대표는 땅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일본식 사죄인 ‘도게자’로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학대 사건 조사를 담당한 텔리오스 로펌은 “양측 참석자들이 이번 모임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CAJ는 1950년대 도쿄 히가시쿠루메시에 복음주의 기독교 선교사 자녀 교육 목적으로 설립됐다. CAJ는 지난 1957년부터 2001년까지 학생들에게 신체적, 성적 학대 72여건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2017년 성적 학대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MeToo)’ 당시 피해 학생의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졸업생들은 1년여에 걸쳐 학교 측에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는 피해당사자가 직접 보고한 사안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교는 2019년 1월 피해자들이 직접 호소한 6건 피해에 대한 사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시 일본 매체들은 안다 폭스웰 CAJ 교장과 제럴드 메이 CAJ 이사장이 “재직 외 기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학교가 교육과 보살핌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또한 죄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졸업생들은 학교 대응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위원회를 꾸렸으며, 그해 7월 80명 이상이 서명한 학대 조사 관련 요청서를 CAJ와 6개 선교 단체에 보냈다. 그제야 학교는 외부기관에 요청해 학대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4명 교사와 관리자가 모두 25건의 성적 학대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그들은 당시 학대를 신고한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비누로 입을 닦도록 강요했으며 벨트로 채찍질하는 등 입막음 행위도 조사 결과에 포함됐다. 부모가 선교지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학대를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도 있었다.

학교 설립에 참여한 선교 단체 중 하나인 미국 복음주의동맹선교회(TEAM·The Evangelical Alliance Mission) 국제 이사 데이브 홀은 재임 전 발생한 사건이지만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사죄한다. 정책과 절차에 대한 감독을 실패했다. 그 어떤 어린이도 앞으로 이런 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승현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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