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총기폭력으로 악명 높은 뜻밖의 나라 [썰로벌]

입력 : 2022-12-17 00:05/수정 : 2022-12-17 00:05


가장 먼저 프랑스. 지난 봄 대선에서 극우 마린 르펜이 현직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역대 극우 후보가 낸 최고의 성적입니다. 다음은 이탈리아. 여긴 아예 극우 정권이 탄생했죠.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됐습니다.



독일에선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스페인에선 복스(Vox)가 세를 키우고 있는데 전부 다 반난민,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바로 이 나라, 지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원내 2위 정당이 된 스웨덴입니다. 스웨덴이 어떤 나라인가요? 사민주의의 원조국이자, 진보의 성지, 복지와 관용의 나라 아닙니까? 그런 스웨덴을 강타한 극우 바람에, 전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에서 60년 가까이 집권해온, 가장 영향력이 큰 정당은 사회민주당. 사민주의 할 때 그 사민당인데, 지난 8년간 연정을 이끌어오다 9월 총선에서 패배하고 보수연정에 정권을 내줍니다.


한끗 차이지만, 어쨌든 진 건 진 거니까, 이후 막달레나 안데르손 총리는 물러나고, 온건당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대표가 새 총리로 취임합니다. 근데 이상하잖아요? 보수진영에서 제1당은 스웨덴민주당인데, 왜 온건당이 총리를 차지했을까요? 이유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을 둘러싼 논란 때문입니다.


비록 선거를 통해 원내 2당이라는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긴 했지만, 극우 세력이 내각에 참여하는 것에 아직 스웨덴 국민들은 거부감이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보수 진영은 온건당 주도로 연정을 꾸리면서, 스웨덴민주당과는, 내각에 참여하진 않되 영향력을 인정하는 수준의, 모종의 협상을 합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총리가 됐어야 할 이 사람, 26살이던 지난 2005년부터 무려 17년간이나 당 대표로 스웨덴민주당을 이끌어온 임미 오케손(43) 대표는 적어도 당분간은 무대 뒤 실력자로 남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내각 참여도 어려운 극우세력이 어쩌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이렇게 폭풍 성장하게 된 걸까요. 이면에는 스웨덴에서 지난 몇 년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은 총기폭력 사고, 그리고 시리아내전 이후 폭발한 난민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스웨덴의 총기폭력 문제는 지난 몇년 놀랄 만큼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선거 직전 외신에 쏟아진 기사들인데 특히 지난 여름 일어난 사건이 모두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놀이터에서 놀던 엄마와 5살 아이가 갱들이 무작위로 쏜 총에 맞은 겁니다. 유흥가도, 우범지대도 아니고, 주택가 놀이터에서 총격전이라니요. 근데 더 놀라운 건, 이런 총기폭력이 스웨덴에서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a)가 발표한 ‘인구 100만명당 총기 사망자 수’ 나라별 순위인데요. 2000~2003년 유럽 국가 중 18위였던 스웨덴은 2014~2017년에는 크로아티아에 이어 2위가 됩니다. 최근엔 100만명당 사망자가 4명까지 늘어나서 유럽 평균인 1.6명의 2배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스웨덴에선 왜 이렇게 총기폭력이 늘어났을까요? 직접적인 원인은 갱과 마약입니다.

이건 스웨덴의 2대 도시 예테보리에서 찍힌 2015년 CCTV 영상인데, 여기 마스크 쓴 갱들이 라이벌 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술집에 있던 2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같은 갱단들이 2021년엔 도심에서 집단난투극을 벌였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손도 못쓰고 있습니다.



스웨덴 3대 도시 말뫼. 그중 여기 로젠가드는 덴마크로 이어지는 다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온 마약과 총기가 거래되는 악명높은 우범지대죠. 1년간 이 좁은 구역에서 무려 40건의 총기사고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갱단 멤버들이 마약을 놓고 영역다툼을 벌이다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럼 스웨덴에서 갱과 마약 문제가 갑자기 심각해진 원인은 뭘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스웨덴에서 가장 예민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스웨덴인들이, 평화롭던 스웨덴에서 갱들이 활개치게 된 배경에 이민자들, 특히 무슬림계 이민자들이 있다고 믿고 있고, 이런 믿음이 스웨덴민주당으로 대변되는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민자 숫자가 급증한 건 맞습니다.


이건 스웨덴 이민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 2016년 천장을 뚫을 듯 치솟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중동발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2015년 유럽 난민위기의 여파였습니다. 당시 유럽 국가 다수가 국경을 닫아걸 때 스웨덴은 무려 16만5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여 ‘유럽의 양심’이라는 찬사를 받았죠. 국민 1인당 수용한 난민 수로는 1위였습니다.

이후 스웨덴 사회 내부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폭발했습니다. 곳곳에서 반이민 시위가 벌어지고, 난민 보호시설을 공격하는 방화사건도 잇따랐습니다. 2015년 10월에는 소말리아 출신 학생과 이라크 출신 보조교사가 흉기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죠. 명백하게 이민자를 겨냥한 증오범죄였습니다.



하지만 난민으로 사회적 갈등이 생긴 것과 범죄는 다른 일입니다. 게다가 당시 벌어진 폭력사건 대부분은 난민에 의해 저질러진 게 아니라, 난민을 겨냥한 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통념과 달리, 다수 나라에서 사실 이민자, 그중에서도 불법 이민자의 범죄율은 평균보다 낮은 게 팩트입니다. 상식적으로, 불법이민자들은 경찰을 피해야 하니 불법적인 일에 최대한 안 엮이려고 하겠죠.

하지만 스웨덴 상황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스웨덴에선 총기가 동반된 폭력사건의 경우, 이민자들이 연관된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2017년 스웨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총기가 동반된 살인사건 10건 중 9건이 이민자 혹은 2세대 이민자들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또 다른 특징은 이민자 취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점입니다. 여기 그래프를 보면 스웨덴인들의 취업률은 80%에 육박하는 반면, 이민자 취업률은 65%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실 미국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이민자의 취업률이 평균보다 높죠. 이민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저임금 단순노동을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웨덴처럼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선 교육받지 않은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일거리가 없는 이민자에게 갱단은 좋은 일터가 돼주었고, 그렇게 청년들은 거리에서 총을 쏘고 마약거래를 하게 된 겁니다.

따라서 어제 입국한 시리아 난민이 오늘 갱단이 되는 게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스웨덴 사회로부터 낙오된 이민자 청년들이 범죄자로 전락한다는 게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문제는 난민 자체라기보다, 교육과 통합의 실패에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얘기는 일단 어렵고, 해결하자면 돈도 많이 듭니다. 그보다는 훨씬 쉬운 해법이 있죠. 난민을 내쫓는 겁니다. 스웨덴민주당이 내놓는 해법이기도 합니다.



스웨덴민주당은 당장 국경을 닫아걸고, 이민자들을 내쫓고, 스웨덴다움을 되찾자고 주장합니다. 또 무슬림 이민자야말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이 직면한 최고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는데, 논란을 일으킨 만큼이나 실제 스웨덴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대변한 말이었습니다.

늘어나는 총기범죄에 불안감을 느끼는 스웨덴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그동안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극우 쪽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스웨덴 총선은, 그 결과였습니다.

[썰로벌]은 궁금했던 글로벌 이슈를 썰 풀어드립니다



이영미 기자 kmi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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