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삭제’ 아닌 ‘배포선 조정’?…검찰 “실체와 달라”

“서훈, 안보실 최종책임자”
문 전 대통령 조사는 “신중에 신중”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첩보 삭제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 전 실장이 안보실의 최종결정권자로서 ‘사건 은폐’와 ‘월북몰이’를 위한 자료 삭제 지시를 안보기관에 내렸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 전 실장이 ‘자료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 배포선을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15일 “검찰이 이해하고 있는 실체와 다르다”며 “보안유지를 위해 (자료의) 배포선을 조정했다면 이후에 똑같은 것이 조정된 범위 안에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료가 삭제된 뒤 다시 게재되지 않았다면 ‘배포선 조정’이 아닌 ‘삭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안보기관에서 고(故) 이대준씨의 사망 정황이 담긴 첩보·보고서가 삭제됐다고 보고 있다. 이씨의 사망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에서 관련 자료가 삭제됐는데, 이는 서 전 실장의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직후였다. 검찰은 관계 법령에 따르면 안보실장이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직무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황이다. 지난 14일 이씨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직접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사팀은 문 전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다.

서 전 실장의 공범인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원장은 삭제 지시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지만, 보안 유지는 국정원의 제1의 업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지만, 실무진이 ‘삭제 지시’로 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검찰은 서 전 실장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문건 하나를 제시했다. 앞선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이 문건이 실제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있지 않다면 위법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 측이 법원에 제출한 사본을 확보했지만 최근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하고 원본을 찾고 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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