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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으면, 내몸에 맞는 생리용품도 쓸수 없나요”

[모두가 생리대를 ‘읽을 수’ 있다면] ② 맞춤형 생리용품 개발과 교육 이뤄져야

라라스쿨이 시각장애 청소년 월경교육, 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라라스쿨 제공

‘월경권’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월경권은 월경(생리)하는 모두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리용품에는 점자가 없어 여성 시각장애인들은 월경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4일은 ‘점자의 날’이었는데요. 이날을 기념해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합니다.

“생리대, 보이지 않아도 고를 수 있나요?”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은 이 물음에서 출발해 ‘모두를 위한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경 기간은 여성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적잖은 불편함을 안긴다. 대다수 여성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월경을 시작하거나 생리혈이 겉옷에 묻어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여성들에겐 필요한 순간에 딱 맞는 생리대를 잘 골라 쓰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 몸에 잘 맞는 생리대를 찾아 쓰는 일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 조사 결과 생리대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통은 물론 두통과 외음부 가려움증, 짓무름, 뾰루지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3~49세 여성이 40년간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 개수는 평균 1만8900개 이상이다. 생리대를 매번 잘 사용하기 위해선 생리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물론 생리교육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3명의 여성 시각장애인(40대 직장인 A씨, 20대 유튜버 허우령씨와 고수빈씨)은 생리대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생리 교육을 받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허우령씨는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생리용품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데 내 몸에 맞는 제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생리용품에는 생리대뿐 아니라 탐폰, 생리컵 등 다양한 형태의 용품들이 있다. 점자표기를 넣든, 음성지원이 되는 QR코드를 넣든 어떤 식으로든 해당 생리용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생리용품 중 이런 친절한 제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생리컵(왼쪽)과 생리대. 게티이미지뱅크

40대 후반 시각장애인 A씨는 탐폰에 대해 “예전에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무섭더라. 직접 삽입하는 과정이 겁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생리대는 이제 (사용 방법을) 알지만, 탐폰이나 생리컵처럼 특수한 생리용품은 (사용법 등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는 (완경이) 얼마 남지 않았겠지만, 아직 어린 친구들은 사용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냐”고 강조했다.

고씨와 허씨 등 20대 여성 시각장애인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가족, 친구를 통해 생리와 관련한 정보를 얻고 있었다. 허씨는 생리교육과 관련한 질문에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면서 “여전히 저도 모르는 게 많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나 몰랐어, 그런 게 있어?’라고 반응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생리교육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일반학교든 특수학교든 (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생리교육은 촉감 위주 활동…구별 가능한 다양한 생리용품 있었으면”
라라스쿨이 시각장애 청소년 월경교육, 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라라스쿨 제공

시각장애인을 위한 생리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전문적인 장애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이 있다.

라라스쿨은 누구나 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성문화 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됐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장애 성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했고, 현재 특수학급과 장애학교 등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을 하고 있다.

라라스쿨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장애인의 생리교육의 경우 색깔로 설명을 많이 한다. 반면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직접 교구를 만져보는 촉감 활동, 냄새 활동으로 교육 내용이 바뀐다”면서 “직접 만져보는 것을 주로 하는지, 보는 것을 주로 하는지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라스쿨이 시각장애 청소년 월경교육, 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라라스쿨 제공

현재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나뉜다. 기본 과정에서는 생리의 원리, 다양한 생리용품에 관해 설명해준다. 심화과정은 직접 생리용품을 만져보고 어떻게 착용하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고교에서는 ‘월경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착용하기 쉬운 생리용품이라든가 생리용품에 따라 생리통 진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등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라라스쿨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한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내 몸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어요”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라라스쿨 관계자는 “여성 시각장애인들은 생리했을 때 냉(질 분비물)과 생리혈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구별하기 쉬운 다양한 생리용품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구매가 쉬운 점 때문에 생리대를 추천하고 있지만 사실 생리대의 경우 교체해야 하는 타이밍 등을 알 수 있으려면, 보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며 다양한 생리용품 개발 및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맹학교의 맞춤형 생리교육…“지속적 관심 필요”

시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맹학교에서도 생리교육을 하고 있다. 전국 맹학교 10곳 모두 생리교육은 하고 있지만, 그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보건교사가 전담하거나 체육이나 가정 등 여러 교과 수업시간을 통해 진행되기도 한다.

현재 A학교는 보건수업 외에도 초등학교 5~6학년은 체육 시간, 중학교 1학년은 가정 시간에 교육한다고 했다. 다만 실제 생리교육 일정이 정해져 있진 않다.

B학교 관계자는 “성교육이라는 게 보건 교사의 고유한 업무가 아니고 여러 과목에서 연결이 돼 있다”며 “과목당 중·고등학교는 체육에도 들어가고 여러 군데 들어가서 여러 선생님이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일회성으로 정보를 설명하는 교육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각장애인들에겐 말로 설명해주기보다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생리대 착용 및 교체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이 과정들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시력장애뿐만 아니라 중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반복 학습을 하더라도 혼자 생리대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학생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생리대 착용하고 하는 것 등을 직접 도와야 해요. 하루아침에 안 되니까 매달, 처음 1년 정도는 선생님들이 지속해서 도와줘요. 전맹인 경우에는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결국 자기 스스로 하게끔 해요.”(C학교 교사)

“중복장애 학생들이 많다 보니 생리대 처치가 잘 안 되는 학생들이 많아요. 담임선생님이나 실무원 선생님이 도와주고 집에서는 부모님이 교육하시도록 해요. 저시력 장애 학생은 여러 번 연습해보면 생리를 처리하지만 전맹이거나 지적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무조건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요.”(D학교)

갈수록 초경 시기가 빨라지면서 초등학교 5~6학년부터는 생리교육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학생들의 장애 수준에 맞춰 생리교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은초, 류동환, 박성영, 서지영,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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