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조치가 女역무원 당직 줄이기? 사장 발언 논란

온라인서 누리꾼·내부 직원 비판 이어져
“시스템 관리 부실, 역무원 안전 문제 살펴야”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검정 추모 리본을 패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가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후속 조치로 여성 역무원의 당직 축소를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직원의 야간 당직을 줄이면 된다는 식의 접근 방법은 젠더 갈등만 조장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도마 위에 오른 건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한 발언이다. 김 사장은 “문제 개선을 통해 안전 확보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현장순찰이 아닌 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 개념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며 누리꾼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사건이 발생한 게 당직을 섰기 때문이 아니지 않으냐” “역무원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 아닌가” “일차원적 사고방식” “그럼 남성이 당직을 몰아서 하라는 것이냐” “공사가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서울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민 업무가 없는 당직 근무가 훨씬 안전하다. 여직원 당직을 줄이면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질타했다. 다른 회원은 “여성 역무원이 당직 중 살해당했다고 남성 역무원 당직 비중을 높이면 반대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당직을 없앨 건인가”라고 비꼬았다.

근본적인 방지책 제시가 아닌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5일 내부 사업소별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아이디어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노조 측은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역무원에 대한 안전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인으로 근무가 이뤄지는 역사가 전체 265개 역 중 73개 역으로 약 40%에 이른다. 2인1조 업무 규정이 있어도 이뤄지지 않은 구조적인 인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전주환이 내부망에 접속해서 피해자의 거주지와 근무지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도 허점”이라며 “제일 큰 문제는 사측이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노조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역무원의 안전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측 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여직원 당직을 줄이겠다는 김 사장 발언을 접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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