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4개월 연속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의 봉쇄 조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처음 경기 둔화를 언급한 이후 4달째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비 회복세와 수출 회복세가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경기 상황이 크게 나빠지거나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인 측면에서 지난 3~4개월 동안 특별한 변수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수출 회복세는 계속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둔화가 확대됐다고 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소비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회복세가 지속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올라 7월(6.3%)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다만 여름 성수기 수요 증가로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상승하는 등 전월(6.0%)보다 상승세가 더 커졌고,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난다고 하더라도 고물가 흐름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났는데, 석달째 한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반면 수입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지난달 무역 적자는 역대 최대인 94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과장은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 1월 무역적자 규모(49억500만달러)보다 40억달러 이상 늘었기 때문에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다만 서비스 수지나 소득 수지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적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3% 줄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다섯 달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민간소비가 개선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대면서비스업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8월 카드 국내 승인액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18.4%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민간소비가 경기를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다. 소비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의 제약 요인들이 있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는 유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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