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하는 추세지만, 양도소득세는 ‘역대급 세수’를 자랑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걷히고 있다. 이처럼 유독 세수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양도세가 세수 추계의 ‘숨은 복병’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61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과세수의 최대 범인은 양도세였다. 양도세는 지난해 36조7000억원 걷혔는데, 본예산 예측치(16조9000억원)보다 무려 19조8000억원 더 많았다.
올해에도 양도세는 초과세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기재부는 53조3000억원 증액 세입경정을 했는데, 이중 양도세가 11조80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인세(29조1000억원) 다음으로 초과세수 규모가 큰 세목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주식시장이 점차 안정화되며 양도세·증권거래세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에 비해 양도세는 안정적으로 많이 걷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도세수의 3분의 2 이상은 부동산 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2차 추경 편성 당시 기재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누계 양도세수는 전년(8조6000억원)보다 7000억원 많이 걷힌 9조3000억원이었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한국부동산거래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토지(필지)·주택·아파트 매매 건수는 58만2925건으로 전년(102만2542건)보다 43.0%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매매 건수 감소폭(57.2%)이 컸다.
부동산 거래는 감소하는데 양도세수는 많이 걷히는 현상과 관련해서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1년 사이 부동산 가격 및 공시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양도세 절반가량이 토지 매매에서 발생하는데, 주택·아파트에 비해 토지 거래 감소폭(34.1%)이 적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라며 “1세대 1주택자의 거래가 많았다면, 거래 수와 세수 간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실도 양도세를 세수 추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올해 세수 규모는 거의 윤곽이 나온 상황이지만, 양도세와 거래세는 유독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2차 추경 당시 예측치(34조2000억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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