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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4년 만에 외화표시 국채 디폴트…“푸틴, 이미 실패”

입력 : 2022-06-27 08:25/수정 : 2022-06-27 09:31

러시아가 104년 만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게 됐다. 해외 채권자들에 대한 이자 지급 경로를 차단한 서방의 금융 제재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가 이미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1918년 이후 처음 러시아의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디폴트가 선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외화 표시 국채 이자 1억 달러(1300억 원)를 지급해야 했다. 본래 지급기한은 지난달 27일까지였지만 30일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낸 만큼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러 금융 제재로 개별 투자자들은 이를 받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론적으로는 채권자가 해외에서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돈이 있고, (이자를) 지급하려는 의도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채무 불이행은 독특한 법적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디폴트는 러시아 경제에도 당장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 WSJ은 “러시아는 최근 차입을 줄이면서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왔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국제 금융 시장으로 재진입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정치·경제·금융 측면에서 서방으로부터 배제되는 암울한 신호”라며 “이미 러시아의 경제와 시장에 가해진 피해를 감안하면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러시아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디폴트’ 꼬리표를 달려고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었다”며 “이것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는 달러화 표시 채권이 아니라 루블화 표시 채권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대러 제재가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경제가 내년 8∼1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이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루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것에 대해 “큰 희생을 치르고 인위적으로 떠받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성을 종식하고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없애 버리려는 것이었다”며 “주권적이고 독립된 우크라이나는 푸틴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의 전술적이며 맹렬한 전투가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군이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과 전략을 혼동하지 말자”며 “정말 중요한 것은 푸틴이 달성하려던 전략적 목표는 이미 실패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에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을 인정하면서도 궁극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G7은 러시아에서의 금 수입을 금지한다고 공표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해주는 중요한 수출자원”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금은 에너지에 이어 러시아에 두 번째로 수익성이 좋은 수출품”이라며 “1년에 190억 달러가량인데, 대부분 G7 국가가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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