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5일(현지시간) 현재 비풍토병지역 27개국에서 780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과 확산 가능성을 감안해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최근 확진자 통계를 공개하면서 다른 국가로 추가 확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역별 확진 건수를 보면 영국이 207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156건), 포르투갈(138건), 캐나다(58건), 독일(5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과 북미지역을 제외하고도 아르헨티나, 호주, 모로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 자릿수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고 WHO는 설명했다.
천연두와 증상이 비슷한 원숭이두창은 원래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화된 바이러스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영국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이래 유럽과 미주·중동·호주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사이에서 주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현재 전반적인 공공보건에 관한 위험은 낮지만, 만약 이 바이러스가 이번 기회를 이용해 널리 확산한 인간 병원체로 자리매김한다면 공공보건에 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로벌 공공보건에 대한 위험은 중간 수준”이라며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풍토병과 비풍토병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으로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비풍토병 지역의 경우 아직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을 코로나19나 결핵과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를 오는 8일부터 적용한다. 이날부터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즉시 격리치료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일반 국민에 대한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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