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상황에 적 지도부 제거를 주 임무로 하는 이른바 ‘참수부대’의 작전계획 일부가 북한 공작원에게 이미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비트코인으로 매수돼 북한 공작원 지령에 따라 군 전산망을 해킹하려 한 혐의로 붙잡힌 현역 장교의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의원에게 국방부가 제출한 육군 대위 A씨(29)의 공소장에 따르면 A대위는 지난 2월 초 소속 여단의 지역대 작전계획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민간인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북한 공작원에게 전송했다. 이는 해당 지역대의 전시 행동 방침이 포함된 것으로 군사 2급 비밀에 해당한다.
A대위는 특전사령부 중에서도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으로 불리는 ‘참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 소속으로 검거 전까지 근무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A대위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약 4800만원어치 비트코인을 받고 군 기밀을 유출했고, 군의 핵심 전산망 해킹까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북한 공작원은 여단 작전계획과 대대 작전계획을 요구했으나 A대위는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대 작전계획을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A대위는 지역대 작전계획 외에도 ‘육군 보안수칙’ 등 기밀 5건을 더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대위는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위한 장비, 즉 ‘포이즌 탭’을 설치하는 지령을 이행하다 적발돼 미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A대위는 북한 공작원과 직접 접촉 없이 지인의 소개로 연결돼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북한 공작원은 자신을 ‘조선족 브로커’로만 밝히고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텔레그램 아이디 ‘보리스’만 A대위에게 노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리스는 북한의 대남공작부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담당 부서인 ‘110호 연구소’, 일명 ‘기술정찰국’의 하부조직이다. 그는 불법 사이버도박 조직을 운영하며 현역 군인을 포섭해 우리 군사기밀을 수집하는 북한 해커부대 소속 공작원으로 적시됐다.
KBS 보도에 따르면, A대위는 ‘적 인물·장비 식별 평가’라는 문서도 북한 공작원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우리 특수부대가 목표로 한 북한의 인물과 장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문건이다. 공소장에는 이와 관련해 “적이나 외부에 유출되면 아군의 정보 수집 능력이 노출되고 역기습 우려가 있는 등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밀에 해당한다”고 적혔다.
A대위 사건을 계기로 최근 군 당국이 실시한 긴급 보안 점검에서도 부실한 보안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여단급 이상 400여개 작전 부대에서 비밀 분실 사례 300여 건이 적발됐다. 군사 자료 반출은 40여건, 개인 노트북과 USB 무단 반입은 30여건으로 파악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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