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백신 지원, ‘실탄’은 충분… “한 달 안에 북한 절반 확진”

지난 3월 31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의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옮겨 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내 백신 보유 물량에는 다소 여유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시점의 재고와 연내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을 더할 경우 전국민을 한 번씩 맞히고도 북한 주민의 기초 접종이 가능한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한 달 안에 북한 주민의 절반이 확진될 수 있다며 인도적 차원의 도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5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이 1443만5000회분이라고 밝혔다. 화이자가 742만5000회분으로 절반을 넘었고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순이었다.

확보했지만 아직 받지 않은 물량은 그보다 훨씬 많다. 올해 확보한 물량 1억6044만회분 중 지난달 21일까지 1854만회분만 국내에 들어왔다. 연말까지 1억4000만회분 넘는 백신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과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확보해둔 백신 양에 비해 국내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차수를 거듭할 수록 접종률은 낮아지고 있고, 오미크론 대유행의 여파로 자연 면역 인구가 늘면서 접종 대상자 자체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실제 지난해 2월 접종을 시작한 이래 지난달까지 5개 제품 37만9311바이알(병)이 유효기간 도과 등을 이유로 폐기됐다. 제품별 투여 용량을 고려할 때 가장 보수적인 추계상으로도 300만회분 넘는 백신이 버려진 것이다.

해외 공여가 매력적인 옵션이지만, 정부 안팎에선 대상 국가를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한 물량이 공여됐고, 현지 인프라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방역 당국이 국제 백신 공동구매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연내 받기로 한 물량 1748만회분을 포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최근 코로나19 유행을 공식화한 북한엔 백신 수요가 많다. 발열 증세를 보이는 주민만도 하루 30만명씩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속도면 한 달 안에 북한 인구 절반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접종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 노바백스 백신은 냉장 보관이 가능해 북한의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으로도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동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활용하려면 북한 내 공급망과 전력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성 등 주요 도시에 일종의 ‘허브’를 구축하면 기술적으론 불가능하지 않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마스크나 소독제 등의 지원도 백신 못잖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이미 상당 부분 퍼진 만큼 당장의 전파 속도를 늦출 기초적 방역 물자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백신 외의 물품이 어찌 보면 더 급할 수 있다”며 “당장 의료진용 마스크도 부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5434명으로 집계됐다. 일요일 0시 기준 확진자가 3만명 아래를 기록한 것은 15주 만이다. 위중증 환자는 338명, 사망자는 48명으로 나타났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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