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檢 사형 구형했는데, 35년 확정된 이유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관계자들이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았던 양부 안모씨도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입양모에게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징역 35년을 확정했다.

피고인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데, 이때도 검찰은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전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자 방청석에서는 항의가 나왔다. 일부 방청객들은 “아이를 죽였는데 왜 35년이냐” “정인이를 살려내라” “판결을 다시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재판부를 향한 욕설도 터져 나왔다. 일부 방청객은 법원 관계자에게 끌려 나가며 옷과 가방을 던졌다.

앞서 1심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장씨가 정인이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던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사회적 보호체계의 문제도 있었던 점도 언급했다. 2심은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검찰과 양부모 측의 상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 모두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해 특히 주목을 받았다.

통상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대법원 상고는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 383조에 따르면 ‘판결에 영향을 준 법령의 위반이 있을 때’ ‘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되거나 사면이 이뤄졌을 때’ ‘재심청구 사유가 있을 때’ 등에만 상고가 가능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등 중형이 선고된 경우다. 이때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 경우에도 검사가 아닌 피고인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중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부당에 따른 상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검사의 상고는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피고인이 중형을 선고받았을 때는 그의 이익을 한층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게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상고심 과정에서 이런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주체를 피고인뿐 아니라 검사까지 넓히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의 해석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였다. 검찰에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검찰 상고를 기각하면서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검사의 상고가 불가능한데, 중형 사건에서만 허용하는 건 균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경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를 허용할 필요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결국 대법원은 1994년 나온 기존 판례에 따라 “형사소송법 383조 4호 후단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 이유는 해석상 10년 이상의 징역형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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