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와 태희의 보호자인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34)씨가 강아지 병원비를 이유로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뒤 잠적한 가운데 실제 병원비는 몇백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2만 팔로어를 가진 인스타그램 ‘경태희아부지’ 계정에 강아지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지난달부터 호소했다. 이렇게 빌린 돈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강아지 사진을 넣은 상품과 메신저 이모티콘을 판매해 번 돈도 있다.
하지만 경태와 태희를 치료하는 데 쓰인 돈은 몇백만원 정도였다고 4일 JT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아지들이 심장병 등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병원비는 모두 합쳐 277만원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나간 약값은 한 달에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경태와 태희를 치료한 동물병원 측은 “심장 쪽으로는 수술할 수가 없어 약을 1주일 단위로 처방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현재 김씨는 횡령 논란이 일자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 뒤 외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돈을 빌려준 사람 대부분은 돌려받지 못했다.
‘택배견’으로 유명세를 탄 강아지 경태, 태희는 김씨 여동생과 함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여동생은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씨는 2020년 12월 조수석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온라인 화제가 돼 유명해졌다. 그는 2013년 한 화단에서 뼈가 부러져 누워있던 유기견 경태를 발견해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츄 태희도 임시보호하다 입양해 네티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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