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출국 해병, 카톡에 “부조리 당해, 극단선택할 바엔…”

입력 : 2022-03-24 06:54/수정 : 2022-03-24 09:56
SBS 보도화면 캡처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며 폴란드로 무단 출국한 해병대 병사가 입국을 거부한 채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가 우크라이나로 향하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극단적 선택을 할 바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SBS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 A씨(20)는 22일 새벽 4시쯤부터 ‘우크라이나 국제군단 지원자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글과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A씨는 어두운 밤 도로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우크라이나 국경도시 흐레벤느네로 가는 길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현지시각으로 23시(오후 11시)에 미군들이랑 들어가기로 약속해서 가고 있다”라고 했다.

A씨는 “군대 갔다가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 당해봤고, 극단적 선택을 할 바에는 전쟁국인 나라에 가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죽든지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가는 것”이라며 “제가 싸우고 가나 (못 싸우고 가나) 어차피 처벌은 똑같은데, 징역 가거나 우크라이나 시민권 받아서 새 삶을 살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SBS 보도화면 캡처

A씨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병영 부조리가 우크라이나로 갈 생각을 한 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가해자에게 경위서 한번 쓰게 하고 끝나더라. 선임을 ‘찔렀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혼나고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 “우크라이나로 오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대에 남아 선임 병사들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싫더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바에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고 털어놨다.

휴가 중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출국한 A씨는 현재 한국 정부 측과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묘연하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23일 새벽 폴란드 국경수비대 건물을 떠났는데 그 이후론 소재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는 “A씨가 이미 우크라이나 입국을 한 차례 거부당해 재입국은 어려울 것”이라며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 당국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면서 A씨의 행방을 계속 추적,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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