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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부러지고 화상까지 입은 다섯 살 황소 끝내 숨져”

6일째 진화 중인 울진 산불 현장에 동물 피해도 잇따라

동물 보호 단체들은 울진 산불 현장에서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구조하고 피해 주민들을 돕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SNS 캡처

울진 산불이 6일째 진화중인 가운데 동물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현장에서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구조하고 피해 주민들을 돕고 있다.

9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울진지역 곳곳에서 화재를 미처 피하지 못해 희생됐거나 현장에 남아 있는 동물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가축과 반려견들은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대피가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미처 목줄을 풀어주지 못한 동물들도 현장에 많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현장을 찾았을 때 목줄에 묶여 있던 개 두 마리가 불타 죽어 있었고, 죽은 개 곁에는 살아남은 개 한 마리가 역시 목줄에 묶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며 “살아남은 개는 몸 곳곳에 화상흔적이 있었고 한 쪽 눈을 뜨지 못하고 있어 상처를 치료한 뒤 견주와 협의를 거쳐 해당 개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은 개 한 마리가 목줄에 묶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옆에는 화재로 죽은 개도 보인다. 동물권행동 ‘카라’ SNS 캡처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도 지난 6일 구조와 봉사를 위해 화재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수십 마리 개를 키우는 가정집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해당 집은 노부부가 38마리 개를 키우는 집이었다.

위액트 함형선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개들은 목줄이 풀려 있었고, 물려 죽은 개도 있었다. 불길이 거세지자 부부가 개들의 목줄을 풀어줬는데, 화재가 진압된 뒤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듯했다. 아비규환 상황이라 개들끼리 패닉상태에 빠져 서로 싸움이 벌어진 상황에서 물려 죽은 개가 나온 듯했다”고 추정했다.

함 대표는 집주인을 설득한 끝에 강아지 7마리를 구조해 서울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겼고, 8일 다시 울진을 찾아 화재 현장에서 방치된 개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울진군 동물보호소에서 보호받는 개들 역시 화재의 위협을 받았다.
현장을 찾은 ‘카라’ 활동가들이 유기견들을 임시 보호시설로 이동하는 데 협조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위액트’ 역시 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예정된 개 8마리를 구조해 서울로 옮겼다.

지난 4일 울진의 한 축사에 있던 5살짜리 황소 한 마리는 불길을 피해 축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다리가 부러졌다. 설상가상으로 불이 붙은 지붕 파편이 소 등에 떨어져 화상까지 입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 소가 진통제 등의 처방을 받을 경우, 도축이 불가능한 까닭에 축사 주인이 아무런 처치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카라’는 축사 주인을 가까스로 설득해 소의 소유권을 넘겨 받고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진행했지만, 끝내 소는 8일 숨졌다. ‘카라’는 현재 소의 처분을 놓고 울진군 축산과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다.

5살 짜리 황소는 불길을 피해 축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다리가 부러졌고 불이 붙은 지붕 파편이 등에 떨어져 화상까지 입었다. ‘카라’는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진행했지만, 끝내 소는 8일 숨졌다. 동물권행동 ‘카라’ SNS 캡처

현행 지침 상 반려 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오지 못하도록 돼 있다.
산불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미처 동물들까지 챙기기는 더욱 어렵다.
때문에 이번 산불로 울진지역에는 목줄을 단 강아지들과 불에 타 죽은 사육 동물들이 수백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라’ 측은 지난 7일 울진군에 요청해 하수처리장 한 쪽에 임시 보호시설을 만들었다.
건강이 위급하거나 너무 어린 새끼들은 울진의 한 동물병원의 도움을 받아 보호 중이다.
이렇게 보호되는 동물들은 강아지만 80여 마리에 이른다. 대부분 목줄을 차고 있어 주인이 있는 반려동물일 가능성이 높다. 불길을 피해 도망가던 주인이 일부러 풀어줬거나 혼란 속에서 제 스스로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화재 진압이 진행 중이고, 피해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인 상황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도 대피소를 찾아 혹시 집에 놓고 온 반려견은 없는지, 사료가 필요하진 않은지 등을 일일이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

카라 최 팀장은 “피해 주민들이 집이 전소되는 등 재산 피해가 심각해 동물들의 먹이조차 챙기지 못한 상태”라며 “현재 약 600㎏의 사료를 주민들에게 전달했으며, 추가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재난 피해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해 지원금도 내놨다.
이들은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화재로 다친 반려 동물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조영연 동물관리국장은 “현재 사고 수습 중이라 아직 치료비 신청은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활동가들이 당사자들을 만나 치료 지원책을 설명하고 유선으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8일 울진군 북면 소곡리 소곡농기계센터에 ‘동물진료지원반’을 설치하고 가축과 반려견 진료 활동에 들어갔다. 도는 경북수의사협회와 협력해 이날부터 ‘동물진료지원반’을 산불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이날 투입된 ‘동물진료지원반’은 경북수의사협회 소속 수의사 등 13명으로 10일까지 사흘간 진료활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산불로 피해를 본 가축, 반려동물 등에 대한 무상 진료와 치료 활동을 벌이게 된다.

또 경북도는 2000만원 상당의 긴급의료 물품을 지원했다.
주요 지원 내용은 △산불피해지역 피해동물(가축) 임상 관찰 등 무상진료 △화상·연기흡입 등 피해가 심각한 농가 동물 치료 △동물용 의약품 및 방역물품 등 지원 △축사 화재 발생으로 인한 스트레스 완화 약제 공급 등이다.

동물진료지원반은 피해가 접수되면 농가를 직접 방문해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애로사항 청취와 함께 현장 진료 및 가축피해상황 확인 등 지원 활동을 벌인다. 지원대상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울진에 거주하는 축산농가 및 반려동물 소유자로 8일부터 울진군 축산부서(054-789-6791)에 전화나 방문 신청하면 된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축산농가, 반려동물 소유자는 자율적인 축사시설 점검, 가축 관리, 농장 소독 등을 철저히 하고 화재 예방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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