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방송인 김어준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욕설 녹음 파일에 대해 AI(인공지능)로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만들 수 있다며 ‘조작설’을 주장한 것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어이가 없다”고 혀를 찼다.
진 전 교수는 19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금 돌아다니는 그 녹취록이 AI일 수도 있으니 믿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거다. 그건 스스로 이 녹취록이 나름대로는 굉장히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쉽게 말하면 김어준씨 스타일이 그렇다. 예컨대 미투가 터질 것 같다고 하면, ‘저쪽에서 공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실제 미투 사건이 터졌을 때 지지자들은 상대의 음모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이런 식의 장난질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가 지금 (지지율) 박스권을 못 벗어나는 이유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정권교체 구도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장동 의혹, 세 번째가 이 욕설 녹취록”이라며 “이거(녹취록) 사실은 죽은 거였다. 그런데 이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 때문에 다시 살려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건희 녹취록’ 하니까 사람들이 딱 관심을 갖게 된다. 이미 지지율에 반영돼 있는데 다시 되살려낸 거고, 이게 계속 떠돌 것”이라며 “저도 계속 이런 짓 좀 하지 말라고 지적했는데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20일에도 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김어준씨 같은 경우는 걸어다니는 음모론이니까 그러려니 한다”면서도 “(이 후보 욕설) 녹취에 담긴 내용 중 그동안 이 후보의 공식 해명과는 다른 부분에 대한 정리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의 강제 입원 정황들, 이게 이재명 후보가 여태까지 해명해 왔던 것과 굉장히 다르다. 그다음에 유동규씨의 존재. 본인은 몇 천명 직원 중의 하나라고 했는데, 녹취를 보면 아내와 같은 동기고 음악 전공하고 이런 얘기가 이미 그 당시에 나온다”고 짚었다.
앞서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어둠의 경로(를 통한) 제보가 있다”며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이 후보의 ‘가짜 욕설 영상’이 공개될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 후보가 구사하는 욕설은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는 가장 극악무도한 수준이다. 훈련을 아무리 시켜도 AI가 이 후보의 욕설을 흉내내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자, 김씨는 “아니다. AI 전문가들하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을 들어봤는데 우는 것과 화내는 것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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