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로 오인해 시민 폭행한 경찰 “정당한 공무집행”

피해자, 국민신문고 사건 접수…“경찰에 폭행 당해”
현장서 피해자에 사과한 후 손실보상제도 안내

국민일보DB

잠복 중이던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해해 무력으로 제압하는 등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신분을 확인하던 중 피해자가 도망가려 했고, 넘어진 후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범인으로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몸으로 누른 후 발로 찬 것도 모자라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면서 “피해자 A씨(32)가 흉기를 소지한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가 발버둥을 치고, 발길질하는 경찰관에 대한 체포 거부를 저항의 행위로 보고 범인으로 오해했다”면서 “용의자가 흉기를 들고 저항할 수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리력 행사가 과도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25일 오후 부산역에서 외국인 강력범죄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지난해 4월 12일 완주군의 한 도로에서 흉기를 들고 싸움을 벌인 뒤 도주한 외국인 노동자 5명을 추적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인상착의가 비슷하던 A씨를 자신들이 쫓던 용의자로 착각, 체포했다. 현장에는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과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 등 모두 16명이 있었다.

신원 확인 과정에서 뒷걸음질 치면서 넘어진 A씨를 경찰들이 힘으로 누른 뒤 발로 차고 수갑을 채우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속해서 저항하는 A씨를 제압하고자 테이저건 발사 대신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치 4주 진단 받은 A씨 모습. 연합뉴스

경찰은 A씨를 폭행하는 동안 범죄 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알리는 ‘미란다 원칙’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코뼈 등이 부러져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제압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무력 제압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온 당시 CCTV를 보면 A씨는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폭행으로 전치 수 주에 달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언론에 “갑자기 남성들이 가방을 잡아 넘어뜨리고 때려서 괴한인 줄 알았다”며 “‘왜 그러느냐’고 했는데도 폭행이 계속됐고, ‘살려달라’고 외쳤는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고함을 지르니까 소리를 못 지르게 하려고 목을 더 세게 눌렀다”며 “한동안 그 경찰관이 꿈에 나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금도 그때가 떠올라서 기차도 타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뒤늦게 A씨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 경찰은 명함을 건네고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제도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에도 A씨에게 “병원에 갔느냐”고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은 전북경찰청과 경찰청에도 보고됐으나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조사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우리가 뒤쫓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서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물리력을 사용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지만, 지금도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판단은 이와 달랐다.

검찰 또는 경찰이 직무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폭행 등 가혹한 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조항인 이른바 독직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내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경찰관의 물리력 대응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범죄 피의자가 아닌 무고한 시민을 여럿이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면서 “언론 보도에 나온 당시 상황을 보면 A씨가 적극적으로 저항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전북경찰청은 사건 발생 이후 9개월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태경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