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남학생이 성희롱 메시지를”…‘속앓이’하는 교사들

입력 : 2021-10-01 16:53/수정 : 2021-10-01 17:21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은 한 여성 교사가 반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나날이 심해지고, 잦아지는 어린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에 교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처벌 강화를 얘기하지만, 어린 연령의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배워야 하는 곳 역시 학교라는 점 때문이다. 학생들의 성희롱·폭력 등 행위를 현장에서 직면해야 하는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 강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담임 맡은 반 학생의 문자 성희롱, 실수라는데…”

지난 27일 별도의 인증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6학년 저희 반 학생한테 성희롱 당했습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발령 2개월 차인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6학년 반 학생한테 성희롱을 당했다. 전 여자고 학생은 남자”라며 동료 교사들에게 해결 방법을 물었다.

A씨는 그러면서 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학생은 A씨에게 “휴 힘들었다. 선생님 XX에 XX 넣어도 돼요?”라며 노골적인 성희롱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친구랑 카카오톡 하다가 실수로 보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글을 본 다른 선생님들의 조언과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큰 힘이 됐다”며 “일단 부장,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들 말씀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은 글이었다. 그런데 커뮤니티 회원 일부가 이 글을 갈무리해 SNS에 퍼뜨렸고,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앞뒤 상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글이 퍼지면서 해당 학생을 향한 비난 여론은 높아졌고, 촉법소년 처벌 강화 목소리까지 나왔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를 일컫는 법률용어로, 이들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는다.


처벌 강화가 답?…“지금 성인지 감수성 등 익힐 시기, 교육이 중요”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고민은 그처럼 간단치 않다. 교사들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그 아이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한 여러 가치와 윤리를 가르쳐야 할 교육 당사자기도 하기 때문이다.

A씨 사례처럼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교사 사연은 온라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이 교사의 사진을 도용해 음란한 문구와 함께 SNS에 올리거나 휴대전화로 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뒤 친구들과 공유한 일도 있었다. 서울의 한 교사도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4살짜리 중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연을 밝혔다. 그는 학생을 책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진짜 잘해주고, 열심히 돌봤는데 다 내 잘못이겠죠”라면서 “그때의 아이들이 그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당하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글은 본 한 교사는 “아이는 아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라”며 “그런 일이 있으면 ‘그건 성희롱이야’라고 딱 지도를 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들도 “선생이 잘못 한 건 없다. 아이들은 그때 원래 그렇다” “아이들을 (성숙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선생님의 일”이라고 격려했다.

반면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냥 넘어갔더니 수업 시간 내내 그 일이 떠올라 애들 앞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모니터 뒤에 숨어서 수업을 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교사는 “증언 받아서 교권보호위원회 열고 처벌하고 특별휴가도 받아라.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다음부터 수업하기 너무 힘들다”고 조언했다.

실제 학생의 교사 성희롱 건수는 매년 25%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2건이었던 성희롱 사례가 2017년 141건, 2018년 180건을 거쳐 2019년 229건으로 2배 수준이 됐다.

반면 학생들의 이 같은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제도는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위계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어린 학생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일이 벌어진다”면서 “젠더적으로 교내 권력 관계가 뒤집힌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우려했다.

손 부위원장은 다만 “촉법소년 처벌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만, (처벌보단) 교육이 우선되야 한다”며 “그런데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올바른 성 가치관을 제때 형성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과정에 포괄적 성교육을 명시하고 학교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을 양적, 질적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은 연간 1시간에 불과하다. 교육부의 초·중·고등학생 성교육 의무 시간은 연간 15시간(성폭력 예방 교육 3시간 포함)이지만 몽정과 생리 등 기본적인 교육이 중심인 상황에서 성인지감수성 등 교육까지 넓히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일본은 1992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성충동, 이성교제와 에이즈 예방법 등 연간 70시간 이상 다양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학교에서 1년에 의무적으로 30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한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로 만 4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하며 미국 역시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하는 등 이른 나이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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