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이나 장난감 등 생활용품에 쓰이는 흔한 환경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아동기에 자폐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은 4세 아동의 자폐 특성과 연관성을 보였고, 4세 및 8세의 노출은 8세 아동의 자폐 특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는 여아보다 프탈레이트 노출 기간과 자폐 특성 사이 연관성이 더 강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화학 첨가물로 내분비 교란 특성을 갖는다. 화장품이나 식품 포장, 의료기기, 장난감 등에서 흔히 검출된다.
보고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낮은 지능 지수(IQ), 주의력 문제, 자폐 특성 증가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독성 결과에 관련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연구팀(한양대병원 김인향, 코펜하겐대 임연희 교수)은 총 547쌍의 모자 코호트(동일 집단)에 대한 10년간 장기추적 연구를 통해, 태아 및 아동기의 프탈레이트 노출과 자폐 특성 간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를 ‘국제환경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영유아에 발병하는 난치성 신경발달장애다. 사회적 관계형성의 어려움, 정서적 상호작용 문제, 반복적 집착과 제한된 관심 등의 행동이 특징이다. 국내 유병률은 약 2% 내외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팀은 임신 중기(평균 20주)의 산모와 4세, 6세, 8세 아동의 소변을 이용해 5가지 프탈레이트 대사물 수치를 측정했다. 사회적 의사소통 평가척도(SCQ)는 각 시점에서 아동의 자폐 행동 특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됐다. SCQ 점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자폐 특성을 나타낸다. 프탈레이트 대사물과 SCQ 점수 사이 관계는 노출 기간과 성별에 의해 분석됐다.
분석 결과, 임신 중 프탈레이트 대사물의 수치 증가는 4세의 SCQ 점수를 7.4 ~8.5% 높였다. 하지만 6세와 8세에서는 연관이 없었다.
4세와 8세의 프탈레이트 대사물의 수치 증가는 8세의 SCQ 점수를 9.6~ 9.9% 상승시켰다.
특히 성별 차이가 존재해 남아가 프탈레이트 노출과 SCQ 점수 사이에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김붕년 교수는 11일 “태아기의 프탈레이트 노출은 유아기(4세)에, 아동기(4세 및 8세)의 노출은 학령기(8세)의 자폐 특성에 영향을 미쳤다”며 “ASD 유병률 증가 원인 중 하나인 환경적 요소의 문제를 장기 추적 코호트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 정상적 사회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임신과 유아기 모두에서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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