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구조됐다”…정저우 ‘지하철 참사’ 생존기 띄우는 中

“운행 중단 결정 늦어져 피해 자초” 비판에
中매체 “도쿄의 유명 배수시설도 정저우 폭우는 감당 못해”
허난성 폭우 사망자 33명, 8명 실종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진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지난 20일 지하철 5호선 일부 구간이 침수돼 12명이 숨졌다. 당시 지하철 선로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중국 웨이보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중국 중부 허난성에서 폭우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22일 기준 33명으로 늘었다. 8명은 실종 상태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 16일부터 37만6000명이 긴급 대피했고 300만명 이상이 수해를 입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의 SNS 계정인 장안검은 이날 허난성에서 폭우를 겪은 8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중에는 퇴근길 지하철을 덮친 참사 속에서 간신히 구조된 승객들도 있었다.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시에서는 지난 20일 오후 지하철 5호선 일부 구간이 갑자기 쏟아진 비로 침수돼 12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지하철을 탔던 이모씨는 승강장으로 물이 들어오자 처음엔 터널을 지나 탈출하려 했다. 그는 “토사가 섞인 엄청냔 양의 빗물이 선로에 가득 차 마치 황허 같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서 가던 사람들이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지하철 안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객차 안에 물이 차올랐다. 이씨는 오후 7시46분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지하철에 있는데 물이 목까지 찼다.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씨는 “이게 마지막 메시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후 8시가 넘어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지하철 지붕에 구멍을 뚫어 승객들을 밖으로 빼냈다.

참사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승객은 “가장 무서웠던 건 열차 내 희박했던 공기”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고 그 역시 정신을 잃으려던 차에 구조대원이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모두 힘든 상황에서도 승객들은 ‘쓰러진 사람부터 구하라’고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정저우 지하철 홍수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있다”며 “승객들은 노인과 임산부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구조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서로를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20일 주민들이 침수된 차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당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201.9㎜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는데도 즉시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자 중국 교통운수부는 뒤늦게 정저우 지하철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극심한 폭우 같은 특수 상황에서 열차 운행 중단, 승객 대피, 역 폐쇄 등의 긴급 조치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는 워낙 많은 비가 단시간에 쏟아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 기상당국 관계자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도시는 홍수 방지를 위한 일정한 기준에 근거해 설계된다”며 “정저우에 내린 폭우는 배수 시설의 처리 역량을 압도했고 범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도쿄의 유명한 배수 시설도 정저우 폭우는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 배수 시설은 초당 200㎥의 빗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데 정저우에 내린 15억㎥의 빗물을 배출하려면 2000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허난성 구호 활동 지원을 위해 1억위안(약 178억원)을 내려보냈다. 또 군인과 무장 경찰, 민병대 5000여명이 현장에 긴급 파견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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