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근접’ 상황에도 결단 미룬 정부… “기우제 방역” 비판

7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전날보다 1212명 증가한 16만2753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1212명은 국내 코로나19 환자 발생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한결 기자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코로나19 유행에도 정부는 결단을 미뤘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적용하지도, 기존 체계를 유지하되 단계를 올리지도 않았다. 상황 호전을 바라며 한 박자씩 늦게 방역을 강화했던 지난해 말 3차 대유행의 패착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주일간 기존의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한다”며 “추가적 방역 강화 조치를 통해 확산세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개편된 거리두기 체계를 8일부터 수도권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엔 급박한 수도권 코로나19 유행이 놓여 있다. 새 거리두기 체계가 기존 체계보다 다중이용시설 규제를 느슨히 하도록 설계돼있다 보니 자칫 방역 완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일일 신규 확진자는 1212명으로 역대 2위였다. 수도권 3개 지자체에서만 1007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최근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기존 체계상으론 2.5단계, 개편 체계상으론 3단계 범위에 들었다.

정부는 향후 1주 동안 확산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2~3일 더 지켜보다가 그래도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4단계)까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8월 초까지는 현재 (확진자) 수준이 이어지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기존 체계를 유지하되 2.5단계로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엔 난색을 표했다. 이 통제관은 “새로운 거리두기를 두고 지난 1월부터 많은 노력과 협조, 협의를 거쳐 왔다”며 “(중대본 회의 등지에서) 새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섣부른 방역 완화 메시지가 확산을 촉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언급했다.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만큼 엄격한 조치로 일관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결단을 미루는 사이 피해가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역 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데다가 바이러스의 잠복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확산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저절로 상황이 호전되길 바라며 며칠 더 두고보겠다는 태도는 ‘인디언 기우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태도가 앞선 3차 유행을 연상케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생 경제 타격을 이유로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머뭇거리다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말 대유행의 실패를 떠올린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기존 체계상의 2.5단계를 짧고 굵게 시행하는 게 맞아 보인다”며 “이 이상 결정을 미루면 장기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경모 김영선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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