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벨루가 루비라도 살려주세요”…수족관에서 무슨 일이

입력 : 2021-05-11 05:32/수정 : 2021-05-11 05:32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 최대 아쿠아리움인 한화 여수의 아쿠아플라넷에서 멸종위기종 벨루가(흰고래) 한 마리가 또다시 폐사했다. 연이은 벨루가의 죽음에 이곳에 남은 마지막 벨루가 ‘루비’를 방류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1년도 안 돼서 또…'예견된 죽음'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5일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의 수컷 벨루가 ‘루오’가 수족관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쿠아플라넷 측은 부검 결과 루오의 사인이 장염전증에 의한 쇼크사라고 밝혔다. 장염전증은 소화관 일부가 장간막을 축으로 회전하거나 주변 섬유화에 의해 유착돼 꼬인 상태를 뜻한다. 보다 명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조직검사 등 추가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며 조사는 3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루오의 죽음은 지난해 7월 20일 또 다른 수컷 벨루가 ‘루이’가 사망한 지 10개월 만이다. 한화 아쿠아플라넷이 지금까지 관리해온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가 사망한 상황이며 남은 벨루가는 암컷 ‘루비’가 유일하다.

동물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루이가 폐사한 지난 7월부터 벨루가 두 마리의 건강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 계속해서 방류계획 수립을 촉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루이는 결국 예견된 죽음을 맞이했다. 시민단체들은 “한화가 생업 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이 결국 루오까지 좁은 수조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벨루가 폐사 사건, 책임은 누구에게?
여수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모습.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제공. 뉴시스

동물자유연대 측은 “해양수산부 역시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발생한 벨루가 폐사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먼저 삶을 마감한 루이·루오와 유일한 생존 벨루가 루비는 야생에서 포획됐다. 벨루가 삼남매는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 중개로 2012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4월 28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전시됐다.

전시에 사용된 벨루가들은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위탁관리 중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소유이며, 해당 재단은 해수부 소속 기관이다. 단체 주장대로라면 한화 벨루가의 실질적 소유권은 정부에 있으므로 해수부가 벨루가들의 죽음과 방류에 대한 최종 책임자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에 해수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에 “아쿠아플라넷 여수 측이 (벨루가의) 방류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관리 주체는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갖고 한화 측은 재단과 위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재단에서 엑스포특별법에 따라 지속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어난 벨루가 폐사 사건과 관련, 생존 벨루가 방류 여부에 대해서는 재단을 포함해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논의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벨루가는 한국 고유종이 아니라 바로 국내 연안에 방류하기 힘들다”며 “기술적으로 방류할 수 있는지, 만약 가능하다면 어느 지역에 방류해야 하는지, 더불어 바다쉼터(보호시설)의 조성계획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협의를 다각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동물자유연대 제공

연이은 벨루가 폐사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문제는 결국 마지막 남은 벨루가 루비의 생존 여부다.

동물자유연대는 “루비는 루이, 루오가 살아있던 시간 동안 목욕탕만 한 크기의 비좁은 내실에서 살아왔다”며 “수컷 벨루가 루이, 루오와의 합사 실패로 30㎡의 비좁은 수조를 벗어나지 못한 채 루비는 극단의 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와 피부병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한·러 해양포유류 공동연구서 보고서는 ‘좁은 보조 수조에 장기간 수용된 루비의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피부병 유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허리가 굽어지는 척추 만곡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보조 수조는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6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루비의 사육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루비는 여전히 비좁은 수조에서 방치된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거제 시월드, (제주) 마린파크에 이어 세 번째 고래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면서 “한화는 지금이라도 조속히 루비의 방류를 결정하고, 해수부와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역시 벨루가의 소유자로서 책임 있는 방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캡처

고래류의 방류는 여수 아쿠아플라넷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일에는 제주 ‘마린파크’ 돌고래 방류와 해수부의 바다쉼터 조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주 서귀포시 고래사육시설 마린파크에서도 최근 8개월간 돌고래 3마리가 폐사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범국민 캠페인이 시작됐다. 화순이의 구출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태다.

지난 7일 ‘마지막 생존 돌고래를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재됐고, 10일 기준 3000명 넘는 시민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