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할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 그룹이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했다. 우한은 2019년 12월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역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곳을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염병 학자, 바이러스 전문가, 수의사 등 10여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WHO 조사단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한에 들어갔다. 이들은 방역 지침에 따라 일정 기간 격리됐다가 중국 과학자 및 보건 당국자들과 공동으로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게 된다. WHO의 식품안전 전문가인 피터 벤 엠바렉이 국제조사단을 이끌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국제조사단의 첫 임무는 중국 과학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검증하고 초기 환자들을 인터뷰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WHO 전문가 2명이 기원 조사에 필요한 자료 목록을 작성해놓고 갔다. 초기 환자의 의료 기록,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의료 샘플, 우한 시장에서 판매된 동물 종류와 공급망 등이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이번 조사단은 우한이 최초로 발표한 코로나19 사례의 감염 경로를 심층 연구하며 코로나19와 연관된 다양한 동물들도 조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코로나19 기원 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대한 감염병에 대한 연구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사단의 임무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연구 가설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정치와 무관하고 연관시켜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사단 역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도 지난 11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것은 동물계와 인간계 사이의 매우 중요한 접점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는 일”이라며 “우리는 해답을 찾고 있지 범인이나 비난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시하거나 조사에 제약을 가할 경우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HO는 지난 2월과 7월 두 차례 조사단을 중국에 파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조사단은 당초 지난 5일 중국에 도착해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비자 문제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어 늦어졌다. 중국은 WHO와 합의한 방문 시점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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