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어떻게 중남미의 코로나19 방어를 망쳤는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 충고를 무시하고 쿠바 의료진을 몰아내면서 중남미의 팬데믹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두 대통령이 손잡고 1만명의 쿠바 의사와 간호사를 중남미의 가난한 지역에서 몰아내고, 대체 인력도 공급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쿠바와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비영리 보건단체에 대한 지원을 끊고 효과가 없는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쓰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가난하지만 의료 인력과 시스템이 발달해 있는 쿠바는 지난 3월 코로나 사태 이후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베네수엘라, 알제리 등 14국에 2000여명을 파견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퇴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의료인력이 열악한 국가들은 쿠바 의료 인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은 각국 정부에 쿠바 의료진을 받지 말라고 압박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NYT는 또 “지난 3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 별장에서 만난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동행했던 참모 2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서 “이 때 트럼프 대통령은 치료제로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강력히 추천하면서 이후 브라질이 잘못 대응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두 리더는 팬데믹과 싸워야 할 국제기구인 범아메리카 보건기구(PAHO)를 공격했다. 쿠바 의료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도움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PAHO를 거의 파산 직전으로 몰고갔다”면서 “확산세가 정점에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약속돼 있던 자금 지원을 중단해버렸다”고 전했다.
에콰도르와 같은 더 열악한 나라들은 팬데믹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에콰도르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전염병 발생 직전 거의 400명의 쿠바 의료진을 귀국시켰다.
에콰도르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단한 감염병 전문가이자 전 에콰도르 보건부 차관이었던 워싱턴 알레만 박사는 “PAHO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고, 지원이 끊겼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지난해, 그리고 지난 전염병 때와는 지원이 달랐다”고 토로했다.
인구 밀도가 높고 의료시스템이 낙후된 중남미의 취약 지역들은 두 리더가 의료진을 내쫓고 잘못된 치료제를 사용하도록하는 바람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두 대통령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두 경우 모두 태도나 관점을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NY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가벼운 증상을 겪은 뒤 완치를 자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홍보를 슬그머니 그만뒀을 뿐”이라면서 “여전히 팬데믹을 경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다른 국가에 쿠바 의사들을 추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의학계의 조언을 무시한 채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PAHO 관계자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목표로 잡았던 2억 달러 중 회원국들로부터 4650만 달러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NYT에 말했다.
쿠바 보건당국 책임자 카를로 피고는 “쿠바 의료진 40명이 지난 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전염병 퇴치를 도왔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성공담이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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