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에서 흰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신고 접수 이후 정부 발표가 있기까지 사흘간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국민 10명 중 9명은 20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6897명이 해당 백신을 맞았는데 이들 가운데 아동과 청소년이 전체의 93.1%에 달했다. 0∼10세 5415명(78.5%), 11∼20세 1007명(14.6%)이었다. 나머지는 20대 96명, 30대 240명, 40대 74명, 50대 37명, 60대 이상 28명이었다.
접종자는 12개 시·도 188곳 의료기관에서 나왔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108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전남(1065명) 경북(950명) 충남(878명) 경기(685명) 서울(644명) 강원(535명) 경남(413명) 울산(387명) 제주(230명) 충북(25명) 인천(3명) 순이었다.
식약처는 이달 6일 오후 2시 경북 영덕군의 한 보건소 독감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후 백신에 대한 긴급 검사, 제조사 현장조사, 콜드체인(냉장유통)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9일 오후까지 진행했고, 국민에게는 이 사실을 9일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알렸다.
보건 당국의 수거 검사와 제조사 현장 점검, 전문가 자문을 종합하면 백색 입자로 인한 효과와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식약처의 늑장 대응으로 맞지 않아도 될 백색 입자 독감백신을 국민이 접종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는 “해당 보건소가 제출한 사진만으로 백색 입자의 종류, 해당 보건소에 국한된 문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밀봉 포장에 파손이 없어서 외부 오염이 아니라 내부 물질의 응집이며, 섭씨 37도 조건(상온 노출)에서 확인된 미세 입자가 대부분 단백질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춘숙 의원은 “식약처는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위탁시험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체계적인 백신 관리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번에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 해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며 “코로나19, 독감백신 상온 유통 등으로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국민에게 알린 후 각종 대응 조처를 하고 그 결과를 소상히 공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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