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으면 코로나에 안 걸린다’ ‘믿음 없는 사람들이 걸리는 게 코로나다’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런 말로 여러분을 현혹한다면 그 집단이 사이비, 미신입니다.”
보수 유튜버와 일부 교인을 중심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근거 없는 억측에 반박하는 글을 게시한 한 교회의 글이 25일 온라인상에서 이목을 끌었다. 전북 전주시 소재의 A교회 지난 21일 담임목사 이름으로 쓴 홈페이지 공지에서 광복절 광화문 집회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진 코로나19 사태에 안타까운 심경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A교회는 “최근 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수도권 여러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음을 전해야 할 교회가 코로나를 전파한다는 조롱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교회가 지목되면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은총과 그에 따른 섭리를 믿는다면 기독교인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도 믿어야 한다”며 “마스크 안 하고, 손 안 씻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예배로 모이고, 기도회를 하면 코로나에 더 잘 걸린다”고 말했다.
A교회는 “외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게 상식이라면, 나로 인해 이웃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상식”이라며 “예배당 폐쇄와 온라인 예배 진행 등 정부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A교회는 정부와 지자체의 자제 호소에도 주말 동안 대면 예배를 강행한 몇몇 교회와 달리, 주일·수요일·새벽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교회의 공지를 접한 네티즌들은 “어려운 시국에 개념 있는 목회자가 있어 다행”이라며 호응을 보냈다.
최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인과 보수 유튜버들은 광복절 집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늘리기 위해 보건당국이 검사 결과를 바꿔치기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목사들은 “예배를 드리지 않아 감염병이 찾아왔다”거나 “기도하면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발언으로 방역에 혼선을 주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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