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이해찬과 김종인의 마지막 승부

입력 : 2020-03-30 17:32/수정 : 2020-03-30 20:07
13대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 평화민주당 이해찬 후보와 민정당 김종인 후보의 벽보. 선관위 제공

21대 총선을 지휘하는 여야의 총사령탑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질긴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감독 간 대결이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3번째 맞대결로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을 사실상 두 사람 간의 마지막 승부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32년 전인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정면 대결했다. 서울 관악을에서다.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 위원장은 당시 여당인 민정당 소속으로 출마했고, 야당인 평화민주당은 운동권 출신의 36살 이 대표를 내세웠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김 위원장은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전국구(비례대표) 국회의원, 노태우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을 지냈다. 반면 이 대표는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상임위 부위원장 등 민주화 운동 관련 경력을 앞세웠다.

당시 재선이던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구호로 내세웠다. 그는 당시에도 사회보장과 재분배 확장에 관여 ‘서민을 대변해 경제민주화 완결’ 등을 강조했다. 정치신인 이 대표는 서민생계 보장, 자주외교와 평화통일을 공약으로 삼았다. 그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 싸워온 사람, 지극히 겸손한 사람, 정확한 판단력과 탁월한 이론으로 민주화 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선거에선 31.1%를 득표한 이 대표가 27.1%에 그친 김 위원장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최연소 당선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의 평화민주당이 파격적인 공천으로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판세를 흔든 점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13대 총선은 이후 두 사람에게 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김 위원장의 유일한 지역구 출마는 패배로 끝났지만, 이 대표는 관악을에서 내리 5선을 달성하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두번째 만남은 4년 전 민주당에서 이뤄졌다. 당시 문재인 당 대표는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전권을 쥐고 공천을 진행하며 물갈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당내 주류세력이던 ‘친노그룹 좌장’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 했다.

이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서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당선된 이 대표는 선거 6일만에 복당 신청을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민주당 입성 13개월만에 탈당했다. 돌아온 이 대표는 2018년 8월 당 대표에 선출됐다.


21대 총선에서 세번째로 맞붙은 두 사람은 여야의 선거 지휘사령탑으로 ‘고공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내로라하는 ‘선거 전략가’다. 1992년 지방선거 당시 조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이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관여하며 ‘킹메이커’ 별명도 얻었다.

김 위원장 역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에 합류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18대 대선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 도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상대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중이다. 피로누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 대표는 30일 “빨리 복귀해 막바지 사력을 다해야 하는데 내가 병원에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내 정치인생의 마지막 선거이고 이번 총선이 문재인정부 성공에 너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갑 태영호(태구민) 후보를 만나고 송파·강동구를 방문하는 등 유세 지원에 나섰다. 김 위원장 측근은 “지난 공천에서의 일이 있으니 이 대표를 따로 언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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