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뻔했던 강아지를 예쁘게 미용해서 살렸던 적이 있어요.”
최상미(38)씨가 지난해 11월 8일 서울 당산동 애견숍에서 하얀 비숑의 털을 빗으며 말했다. 그는 17년째 애견미용사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강아지를 데려왔다. 강아지는 더러웠고 덥수룩한 털이 정돈되지 않은 채 몸을 덮고 있었다. 손님은 “‘어머니가 이 더럽고 못생긴 강아지를 집에서 내보내라’고 했다”며 “목욕만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상미씨는 털까지 예쁘게 깎아 손님에게 전달했고, 손님의 어머니가 강아지의 예쁜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셨다는 거다. 상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한 생명을 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애견미용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상미씨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17년 전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게 지금처럼 보편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상미씨가 애견미용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의 반대도 심했다. 그러나 집에서 동생이 데려온 시츄를 키우면서 아버지의 시선도 달라졌고 지금은 누구보다 상미씨의 일을 응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고 5년차까지는 강아지 털을 깎다가 물린 적도 많았다고 했다. 그의 손엔 강아지에게 물린 흉터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가들(강아지)이 사나워서 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평소 안하던 미용을 낯선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이 하니까 순한 애들도 무서워서 자기방어로 무는 거죠.” 그는 강아지를 ‘아가들’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을 문 강아지들을 대변했다. 그러나 가끔 무책임하게 얘기하는 견주들을 볼 때 서운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제가 아가들에게 물리면 보호자들이 죄송하단 말도 없이 ‘집에서 저도 물려요’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저는 물리려고 미용 일을 하는 게 아닌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물리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느껴져서 서운하죠.”
애견미용 일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내 머리카락도 깎아줄 수 있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상미씨는 남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잘라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 결국 엉망이 돼버렸다고 했다. “남자친구 머리를 똑단발로 만들어 버렸어요.(웃음) 애견미용과 사람미용은 털도 다르고 자르는 방법도 천치 차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누가 자기 머리카락을 깎아달라고 농담처럼 말하면 강아지가 돼서 오시라고 합니다.(웃음)”
상미씨는 한 달쯤 전 본인의 애견숍을 차렸다. 오전 10시에 출근하면 예약을 확인하고 보통 하루에 4~5마리의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털을 자르거나 다듬고 발톱을 관리하다 저녁 7시쯤 퇴근한다. “일 마치고 집에 오면 몸 여기저기에 털이 묻는데 잘 보이지도 않아요. 자다가 따가워서 깰 때도 많죠. 그렇지만 저는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겁니다. 우리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들이 예쁜 강아지를 보며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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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영상=차인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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