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새 외인 셰리단 앳킨슨은 시즌 개막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10월 초 테일러 쿡을 급하게 합류시킨 이유다. 하지만 2015-16시즌과 2017-18시즌 흥국생명에서 중도 이탈한 전적이 있는 테일러는 이번에도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6경기만 뛴 채 허리 부상을 이유로 태업을 벌였다. 결국 도로공사는 지난 9일 테일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팀 내 핵심 전력이 돼야 할 외인의 공백 속에서도 도로공사가 희망을 이어온 이유는 주장이자 에이스 박정아(26)의 존재 덕분이다. 박정아는 도로공사 공격의 33.71%를 점유하며 팀 최다 득점(275점·전체 5위)으로 외인의 빈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GS칼텍스전(0대 3 패)까지 1승 7패를 기록한 도로공사가 테일러가 완전히 배제된 뒤 치른 6경기에서 4승 2패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공격 부담을 온전히 짊어진 힘든 여건이지만 박정아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박정아는 14일 전화통화에서 “용병이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면서도 “볼을 많이 때릴 수 있고 책임감도 키울 수 있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정아는 지난 7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홀로 개인 최다인 40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V-리그 여자부에서 40점 이상 터뜨린 선수는 6명(김연경·김민지·이재영·양효진·김세영·박정아) 밖에 없다. 박정아는 “컨디션이 좋았고 세터들이 공을 잘 올려줘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한 사람에 득점이 몰리는 것보단 다 같이 나눠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다.
박정아는 “(외인 부재로) (전)새얀이 (유)서연이 (하)혜진이 처럼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즌 초엔 준비가 잘 안 됐는데 점차 조직력이 많이 좋아지고 선수들의 의지도 많이 생겼다”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더 욕심을 내자면 선수들이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수비 부분에서 조금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으로서의 생각을 밝혔다.
박정아는 16일 진천선수촌 소집훈련에 합류해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에 나선다. 여기서 1위를 차지해야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3달 동안 발을 맞추며 한국 분석에 열을 올려온 태국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12일 대표팀 합류 전 마지막 경기인 흥국생명전을 치른 박정아는 경기 전날 훈련을 빠지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야 했을 정도로 전 경기 출전 강행군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올림픽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박정아는 “리우올림픽 때는 나이가 어렸고 첫 출전한 올림픽이었기에 어려운 점도 많았다. 다시 가게 된다면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태국보다 준비한 시간이 짧지만 높이·공격력·서브 등 저희만의 장점을 연습기간 동안 잘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책임감을 짊어진 박정아의 도전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박정아는 “선수로서 목표는 항상 우승이지만 지금은 (순위가 처져) 봄배구에 최대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표팀에서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꼭 이기고 올림픽에 갈 수 있게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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