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시위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차세대 이통통신(5G) 등 기술안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줄곧 미온적이었으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거대한 시장과 자본을 가진 중국에 저자세이던 유럽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양측의 경제적 유대관계도 균열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가장 친중 성향을 보이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상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진행한 홍콩 야권지도자 조슈아 웡(22)과의 화상 콘퍼런스 문제로 중국과 외교적 충돌을 빚고 있다고 ANSA통신이 전했다.
조슈아 웡은 극우 정당들 주도로 마련된 화상 콘퍼런스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 “일부 이탈리아 업체들이 중국 경찰에 시위대 진압 장비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같은 책임 있는 나라들은 자유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줘야 한다”며 시위 진압 물품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조슈아 웡은 또 “공짜 점심은 없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해 경고도 했다. 이탈리아는 자국 항구를 중국에 개방하는 등 ‘선진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주재 중국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홍콩 사태에 외국군의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이탈리아 정치인들이 그와 화상 대화를 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중국 측 발언을 과도한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이탈리아 의회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지 정치권에서도 “이탈리아 정치인들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중국의 오만함과 뻔뻔스러움이 놀라울 따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배제’ 요구를 애써 무시해오던 독일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7일 EU 회원국들에게 “중국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호소하면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연방 의회에서 “유럽에 있는 모두가 자신들만의 대중 정책을 갖고 (중국에) 완전히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개별적인 대응은 중국이 아니라 유럽에 있는 우리에게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5G 네트워크 개발과 관련한 안보 기준에 대해서도 EU 차원의 ‘해법’ 마련을 제안했다. 미국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독일 등에 촉구해 왔다.
메르켈 총리는 또 범 민주 진영이 압승한 홍콩 구의원 선거에 대해 “홍콩인들이 그들의 입장을 표현했고, 홍콩 선거가 매우 평화적으로 진행된 건 좋은 신호”라고 밝혔다. 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수용소’ 내의 소수민족 탄압 의혹에 대해 “EU의 규탄을 지지한다”며 유엔 대표단의 수용소 진입이 허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보수당 주최 홍콩 관련 토론회에서 행사 관계자의 뺨을 때린 중국 CCTV 특파원 쿵린린(49)에게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자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시 치안 판사는 29일(현지시간) 쿵린린에게 집행유예인 12개월 조건부 방면과 벌금 2115파운드의 벌금을 선고했다. 법원은 쿵린린에 대해 “피고인은 언론인으로서 냉철한 직업정신을 망각하고 흥분한 방해자가 됐다”고 유죄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30일(현지시간) 영국 법원의 판결에 충격과 분노를 표시한다면서 “이 판결은 영국의 사법적 신뢰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 “재교육수용소에 대한 유엔의 제한받지 않는 접근을 즉각 보장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최근 신장 위구르 재교육수용소가 소수민족을 탄합하고 세뇌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국 공산당 문건을 폭로했다. 이에 프랑스 외교부도 “우리는 중국에 자의적인 대규모 구금을 끝낼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하는 등 유럽 각국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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