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해 무장반군 탈레반과의 협상 재개를 알렸다. 미국과 탈레반 협상은 지난 9월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지만 최근 탈레반이 미국인이 포함된 피랍 외국인을 석방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평화 협상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부대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한 뒤 분쟁이 진행중인 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건 처음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현지 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조금 지나 바그람 비행장에 도착했으며 현지에서 2시간 30분 정도 보냈다고 썼다. 안전 문제 때문에 동행한 취재진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지는 등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을 중단한 지 두달여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탈레반은 합의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고 있다”고 밝혔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탈레반 지도자들도 지난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회의를 다시 열고 조만간 평화협상을 공식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탈레반)은 정전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이제 정전을 원한다. 그런 식으로 풀려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전쟁은 전쟁터에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정치적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는 그 지역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병력 규모를 상당히 줄일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합의가 이뤄지거나 완전한 승리를 할 때까지 아프간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은 약 1만4000명이었던 수준에서 지난 1년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1만2000명까지 줄어들었다.
미국과 탈레반 협상 대표는 지난 9월 아프간이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전제로 주둔 미군을 일단 8600명 규모까지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8일 탈레반 지도자들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회담하기로 했지만, 전날 밤 이를 전격 취소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1명 사망을 포함한 탈레반 테러를 이유로 들었지만 9·11 테러 18주년을 불과 사흘 앞두고 당시 테러범에게 협조한 탈레반을 미국으로 초청한 데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반군 포로와 피랍 외국인을 교환하면서 협상 재개 기대가 커졌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과 직접 평화 협상을 촉진하겠다면서 지난 19일 포로인 탈레반 핵심 조직원 3명과 미국인 등 탈레반에 납치된 외국인 교수 2명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연말인 작년 12월 26일에는 이라크의 미군 부대를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바 있다. 당시는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온 시리아 철군 방침을 발표한 뒤 일주일 된 시점이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방문은 미 의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