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말을 시한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이 ‘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동맹에 대한 공격이 아닌 ‘동맹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기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50억 달러 요구에 대해서는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우리는 한반도의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행정부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은 올해 말 핵 협상을 중단하고 도발과 긴장 심화의 위험한 양태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혀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대한 도전과제에 대해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역내 동맹들을 향한 행동들을 보면 그 답은 ‘아니다’라는 것을 시사해준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위한 연말 시한을 제시, 그 이후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대북 대응에 공조해야 할 동맹인 한국, 그리고 일본에 방위비 대폭 증액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북한은 미국 추수감사절인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하에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로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50억 달러’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 협상의 ‘시한’으로 제시한 시점과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시한 모두 올해 연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정상적인 행정부라면 전자에 집중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코리아 전략’을 약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위비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 기사를 강하게 부인하긴 했지만, 주한미군 철수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내 이야기해온 내용이라는 점에 비춰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헌신에 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로긴은 전했다.
또한 에스퍼 장관이 이달 중순 아시아 순방 기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하면서 ‘한일 간 갈등은 오로지 중국과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우리의 동맹들에 압박을 가하는 게 중국과 북한의 목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최악의 시점에 방위비 분담 이슈를 몰아붙임으로써 그들(북한과 중국)을 위한 일을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조건부 연기’ 결정과 관련, 한일이 미국의 도움으로 일시적 휴전에 도달했는데 이는 미국이 그 힘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때에만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협상을 무산시키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추가 핵무기 실험 등 무모한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당국자들은 또한 김 위원장이 실제 그러한 행동을 할 경우 다른 나라들에 억지력 증강 및 대북 제재 강화의 명분을 제공, 그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들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로긴은 전했다.
로긴은 “대북 협상 실패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 이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정치적 인센티브를 갖고 있지만, 이로 인해 봉쇄와 억지, 그리고 최대 압박 전략으로의 회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선박대 선박 환적 등을 통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 회피 용인 등도 지적했다.
로긴은 “북한과 관련해 다가오는 위기는 김 위원장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지만,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는다면(그러한 사실이) 별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참모들은 그에게 ‘화염과 분노’는 재선을 위해 좋은 공약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의지하는 동맹들을 공격할 게 아니라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 유일한 책임 있는 경로(the only responsible course)”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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