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도·소매업 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찍었다. 경기 부진에다 높은 인건비를 충당하느라 부채는 많아지고 신용도가 낮아지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 증가는 연체율 증가에 이어 ‘폐업’ 수순으로 치닫는 전조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현황에 따르면 3분기에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업 대출은 4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전 분기 말과 비교해 12.9% 뛰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9.7%)보다 더 가팔라졌다.
특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제2금융권 포함) 대출의 증가 폭이 컸다. 도·소매업의 경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이 전 분기보다 3조424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38.3%나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2.8%)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도·소매업에 숙박·음식점업을 합한 업종의 제2금융권 대출도 4조3350억원으로 31.7%나 늘었다. 경기 부진에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점이나 소매상으로 창업이 몰리는 데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2금융권이 아닌 은행권(제1금융권)의 도·소매업 및 숙박 음식점업 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3분기에 증가율이 6.2%로 1년 전(7.1%)보다 떨어졌다. 도·소매업만 따로 떼내면 지난해 3분기 7.2%에서 올해 3분기 6.4%로 낮아졌다. 신용도가 하락한 자영업자들이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 대출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의 빠듯한 상황은 운전자금 대출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운전자금은 인건비와 이자, 재료비 등 통상 1년 동안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뜻한다.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서비스업의 운전자금 대출 잔액은 3분기에 403조3000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11조2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0.0%로 직전 분기에 이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시설자금은 4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7.8% 증가율을 보였다. 1년 전(12.1%)보다 4.3% 포인트 줄었다. 시스템이나 생산설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시설자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저마다 투자 확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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