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소련이냐”…BBC, 총리 향한 청중 조롱 삭제했다가 역풍

Է:2019-11-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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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언론과 독자 사이 역학관계

지난 22일 방영된 BBC의 토론 프로그램 '퀘스천 타임'에 출연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방청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한 방청객들의 비웃음을 삭제한 채 해당 장면을 뉴스로 방영해 정치 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BBC가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존슨 총리의 토론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BBC는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며 시간적 제약 탓에 영상을 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22일 BBC 1의 유서 깊은 토론 프로그램인 ‘퀘스천 타임’(Question Time)에 출연했다가 한 청중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뺐다. 이 청중은 존슨 총리에게 “당신 정도 권력의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뼈있는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비웃음이 쏟아졌다. 다음 달 12일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방송에 출연한 존슨 총리는 예기치 못한 방청객들의 냉소적 반응에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이튿날 방송된 BBC 뉴스 단신에서 청중이 존슨 총리를 비웃는 굴욕적인 장면은 삭제된 채 박수 받는 모습만 나오면서 ‘편집 논란’이 불거졌다. 원본 토론 영상과 편집본의 차이를 처음 지적한 시청자는 태블릿 피씨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두 영상을 비교하는 짧은 영상을 만든 뒤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BBC 편집팀은 존슨 총리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약 1.5초 간 이어진 청중들의 비웃음을 삭제했다”며 “이는 존슨 총리가 청중들의 조롱이 아닌 박수와 환호,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유명 정치평론가이자 작가인 피터 오본은 “이런 행태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국영 TV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BBC의 토론 본방송을 본 사람들의 수보다 시청자가 재가공한 영상을 본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BBC와 시청자들 사이 역학관계가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의 일방향적 언론 보도 방식이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BBC 대변인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해당 영상은 당일 밤 뉴스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원본대로 방송됐지만 23일 점심 뉴스에만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일부가 잘렸다”며 “존슨 총리의 중복 발언을 삭제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서 방청객들의 웃음도 삭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호도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존슨 총리의 답변에 대한 방청객들의 반응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실수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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